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이도 없고, 어의도 없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참 다행이다[리뷰에세이]





맷돌 손잡이 알아요?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 그래요. 맷돌에 뭘 갈려고 집어넣고 돌리려고 하는데 손잡이가 빠졌네? 이런 상황을 어이가 없다 그래요. 어이가 없네?

그렇다. 이 드라마, 어이가 없었다. ‘주인공 커플’인 어이에 의존하지 않는, 등장인물 모두가 톱니바퀴처럼 연결된 믹서기를 돌리는 것처럼 아주 잘 짜맞춘 빈 틈 없는 작품이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4일 스페셜 방송을 끝으로 시즌1의 막을 내렸다. 어떤 작품이 마지막 순간 아쉽고 서운하지 않겠냐만, 울컥하는 눈물을 보이는 배우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시즌2에 대한 더없이 큰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정말 다행인게, 너무나 다행인게, 안 끝났다는거”라는 정경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청자들이 많았으리라.

작품은 내내 중심이 되는 다섯명의 의사 친구들, 그리고 주변 의사들과 병원사람들 모두(천명태 교수 빼고) 선한 인물로 그리면서 드라마상 가장 중요한 ‘갈등’을 쏙 뺐다. 대신 매회 등장하는 환자들 개개인의 이야기, 친구들의 우정, 병원 안에서 이뤄지는 러브라인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아들이 병원에 있는데 어머니까지 수술을 받게 된 중년여성,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잃은 새댁, 3년간 투병하던 아이를 잃은 엄마, 습관성 유산을 딛고 안정적인 상태에 이른 산모, 딸에게 간을 주기 위해 살을 뺀 아버지,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끝내 환자를 잃었을 때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의사들의 모습은 현직 의사들까지 뭉클하게 만들었다.



천재 중에 천재 ‘초사이어인’ 하얀거탑의 장준혁 같은 의사도 없었다. 방송 21년이나 됐지만 아직까지 회자되는 ‘허준’처럼 기적적인 의술로 다 죽었던 환자가 되살아나고 자신도 입지전적인 인물이 되는 성공담이 없었던 것도 아주 잘 통했다. 비현실적인 주인공이 나타나 사건을 팍팍 해결하는 작품들의 트렌드는 이미 지나도 한참 지났다.

대신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때론 슬기롭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친구의 동생을 사랑하거나, 후배와 친구로부터 동시에 고백을 받거나, 후배를 또는 선배를 좋아하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거나, 그리고 절절한 고백 그 마지막 순간 멋진 키스로 훗날을 기약하게 만들든가. 이토록 러브라인이 많은데 쏙쏙 다 기억나게 하는 작품이 또 있었을까 싶다.



의사들의 이야기라고 했으나 누구나 겪는 일상,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 회사생활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소소한 변화와 아주 조금씩 나아가는 삶의 변화, 그리고 변함없는 가치. 처음에만 해도 뚜렷한 갈등이 없어서 재미없다는 시청자들도 ‘자꾸 보는데 왜 보는지는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사실 다른 이유 없다. 그냥 율제병원 선생님들이 보고 싶어서였다.

이제 드라마는 시즌2로 간다. 전미도의 말마따라 ‘끝까지 채송화 마음은 모른다.’ 연기하는 본인도 모르는데 종영 직전부터 온갖 예측이 쏟아진다. 다음 시즌 러브라인 살짝 뒤엔 감동과 성장이 ‘지난번처럼’ 다시 함께하리라 믿는다. 착하고 편안한, 친구같은 드라마의 성공적인 시즌이 반갑다. 또 볼 수 있다는건 더더욱 반갑고 다행이다. 땡큐.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