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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70년] '디플레 파이터'에 유동성 과잉 '소방수'역 등 줄줄이 대기

0%대 기준금리 등 선제대응 불구 과제 산적

'코로나 위기' 진행형 속 디플레 경고음 높아

수백조 과잉유동성 관리하며 성장률도 올려야

한국은행이 12일 창립 70주년을 맞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로 격변기를 보내고 있다. 1950년 6월 설립 이후 유례 없는 위기를 마주한 한은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내리고, 과거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저신용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까지 예고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가 끝나지 않은데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까지 부상해 한은의 새로운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유동성 과잉 등의 우려가 남아 있어 한은이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첩첩산중인 형국이다. 그런 과정에서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의 이목은 더욱 한은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사진제공=한은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 속 달라진 한은

한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내리면서 사상 첫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 한은은 올 해 경제 성장률 하락세가 급격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달 다시 한 번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면서 올 해 성장률 전망치도 -0.2%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급격히 기준금리를 내려 한 발 늦게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때와 사뭇 다른 중앙은행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만 그치지 않고 RP(환매조건부채권) 무제한 매입이나 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에도 참여하며 경제 위기의 ‘소방수’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3조원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며 3차에 걸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지원 사격을 하기도 했다. 한은은 하반기 추가로 발행될 적자국채로 채권 시장이 흔들리면 적극 시장에 개입한다는 방침도 예고해 놓고 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그만큼 크고, 강한 파장을 만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b)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움직인 만큼 한은의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창립시 한국은행 본관 /사진제공=한은




끝나지 않은 위기 속 ‘디플레 파이팅’ 급선무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특히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물가 흐름마저 심상치 않다. 한은의 설립 목적 1번이 ‘물가안정’인데 여기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공포가 생성되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해 지난해 9월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한은도 올해 물가 상승률을 전년(0.4%)보다 낮은 0.3%로 예상하고 있다. 저조한 물가상승률 흐름에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디플레가 닥치면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가계도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경제 활력은 더욱 떨어진다.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장기 침체기인 1990~2000년에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연평균 -1% 수준을 기록했는데, 한국도 지난해 1·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GDP 디플레이터는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금통위원을 지낸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서울경제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 경제가 1990년대 일본식 디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도 최근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 대해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비한 통화정책과 재정지원 대상을 적절히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유럽이나 일본에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해봤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며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에 대한 책임을 혼자 질 수 없고, 재정과 함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70주년 기념주화세트 /사진제공=한은


코로나 위기 끝나도 수백조원 유동성 과잉이 똬리틀어

저금리 등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는 ‘유동성 함정’도 해결 과제다. 유동성 함정은 중앙은행이 공급한 유동성이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현상을 말한다. 지난 4월 통화량(M2 기준)은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겼다. 문제는 유동성이 증시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2,200선을 육박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강남 일대 고가아파트 호가가 수천만원씩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마저 들썩이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 10일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과도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향후 한은이 시중에 풀린 수백조원의 돈을 다시 흡수해야 할 상황을 순조롭게 맞을 수 있을지가 우려된다. 인플레이션이나 거품 붕괴가 먼저 들이닥치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이 한은에 쏠릴 것은 불 보듯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가 지난 뒤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도 과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동성을 오래 풀어도 문제이지만, 너무 빨리 빨아들여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유동성을 줄이는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잉 유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과 협력 체제를 강화해 다양한 금융안정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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