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

정치통일·외교·안보
[국정농담] 싫다는 北에 文정부 '끈질긴 기다림', 뭘 기대하길래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靑, '연락소 폭파' 말않고 '특사 제안 공개'에 항의

文 만난 뒤 떠난 김연철은 "증오로는 증오 못이겨"

"韓, 제재완화 요구와 독자지원 검토" 日보도까지

北비핵화 의지 불분명... 국제사회 우호여론도 없어

반기문 "北, 북미정상회담으로 핵보유국 지위 확보"

美에선 "핵·미사일 생산 확대... 10월 도발할수도"

지난 3월1일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안으로는 당면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라며 “남북은 2년 전 일궈낸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그 군사합의는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남북관계가 북한의 일탈로 파탄에 빠진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가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통해 대화의 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여전히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만 바라보고 ‘벼랑 끝 전술’에 나섰으나 우리 정부는 ‘조만간 다시 화해의 순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핵 보유국 인정, 국제 재제 해제 등 체제 보장과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당면 과제로 여기는 북한이 철도 연결, 금강산 개별관광, 보건 협력 등 한계가 뚜렷한 우리 카드에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진단했다. 이와 함께 북한엔 애초부터 비핵화 의지가 없었으며 오히려 핵무기를 증강하며 확고한 핵 보유국 지위를 얻으려 한다는 분석도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 3년간 쏟은 노력에도 미국, 서유럽,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 민주 진영 국가 대다수가 여전히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북한이라는 존재 자체에 극히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우리 정부엔 부담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연락소 폭파’ 언급 않고 ‘몰래 특사 제안 공개’에만 항의한 靑

김여정의 지시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충격적으로 완파된 다음날인 지난 17일 청와대는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북한에 강한 경고를 내놓았다. 당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측이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기념사를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며 “북측의 이러한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이어 “북측은 또한 우리 측이 현 상황 타개를 위해 대북특사파견을 비공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이는 전례 없는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북한을 향한 청와대의 이례적 경고 메시지는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 기조도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낳았다. 하지만 이날 윤 수석의 발언에는 한 가지 큰 특이점이 있었다. 바로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였음에도 연락사무소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항의 표시는 청와대가 아니라 통일부 차원에서만 이뤄졌다.

윤 수석이 이날 북한을 비판한 지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문 대통령의 6.15 기념사를 폄하한 점, 나머지는 우리 국민들도 몰랐던 대북 특사 제안 사실을 북한 마음대로 공개한 점이었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고 15일 제안해왔으나, 김여정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 외교안보 원로들을 만나 오찬을 나누면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실을 두고 “국민이 보면서 실망했을 것 같아 걱정”이라는 발언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말도 했다고 보도했으나 참석자들은 이런 발언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文과 만찬한 다음날 김연철 “증오로는 증오 못이겨”

북한의 잇따른 위협에도 정부의 대북 기조가 바뀌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다른 곳에도 있었다.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19일 퇴임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이임사였다.

김 전 장관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북 유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당시 김 전 장관은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해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증오를 앞세우더라도 남한까지 증오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였다. 김 전 장관이 바로 전날 문 대통령과 만찬을 하며 마지막 의견을 나눈 점을 감안하면 그가 떠나는 순간 대통령의 의중과 완전히 동떨어진 발언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긴 어려웠다.

통일부가 완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유지에 대해 여전히 기대를 내비친 부분도 의미심장했다. 통일부는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통일부가 남측 연락사무소 인력에 대한 인사를 계획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연락사무소 기능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인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소가 완파되기 전, 통일부는 총 5,860만원을 들여 사무소 시스템을 사실상 통째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해당 사업에는 그룹웨어 구축에 필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는 물론 전자결재 시스템, 별도 포털, 게시판, 메일, 업무용 메신저 등이 모두 포함됐다. 특히 김여정이 폭파를 경고한 데 이어 지난 9일 이미 모든 남북 연락선을 끊었는데도 12일 사업자 입찰 공고를 또 올려 구설수에 올랐다. <관련기사> ▶[단독] 文정부, 北김여정 폭파 위협에도 남북연락소 '업그레이드' 강행

20일 귀국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연합뉴스


日언론 “한국, 美에 제재완화 요청 뒤 안되면 北 독자 지원”

이 같은 상황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했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는 우리 정부의 흔들림 없는 대북 기조를 널리 알린 또 다른 계기가 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9일 한미일 협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본부장이 정세가 긴박해지고 있다고 호소해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양해하도록 미국을 설득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그러면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응하지 않고 있어 미국은 제재 완화에는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대북제재 완화 관련 한미 간)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끝나면 한국은 단독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 대북 지원의 선택지로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의료지원 등을 들었다.

일본 언론의 보도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이 보도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요미우리신문 보도 내용과 관련해 “협의 내용은 물론 일정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만 전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을 당시 방문 목적 등을 묻는 질문에 “지금 말하면 안된다”고 답한 이 본부장은 20일 귀국길에서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미연합훈련, 대북제재 완화, 한미워킹그룹 운영 등 논의 내용에 대해 모두 함구한 이 본부장은 미국·중국·일본과 대북 문제를 조율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만 “계속 소통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대남 삐라’. /연합뉴스


美대통령 누가 돼도 제재 안 풀듯...“北도 태도 안 바꿀 것”

전문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 행정부, 의회 누구도 대북 제재 완화를 고려해 줄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진단했다. 다음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말이다. 미국 역시 민주 국가인 만큼 여론이 형성돼야 정치인들이 움직이는데 공화당 지지층이든 민주당 지지층이든 북한을 조금이라도 신뢰하는 여론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을 제외하면, 지금껏 세계 민주 진영 전체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골자로 한 ‘햇볕정책’을 공식 지지한 국가는 사실상 없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해 금강산 개별관광 재개, 평양종합병원 지원 등 독자적인 원조에 나서더라도 북한이 이를 통해 얻는 실익 역시 한계가 명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오직 미국만을 협상 파트너로 보는 이상 우리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지금의 적대적 태도를 바꾸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도 많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한 모든 노력은 실패했고 우리가 주도해 북미대화를 이끌고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며 “국제제재 아래에서 북한에 뭐라도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핵을 보유한 북한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독자지원을 하더라도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할 수밖에 없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결코 북한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가령 금강산 개별관광을 재개한다고 한들 지금 같은 경제상황과 남북 분위기 속에서 몇 명의 국민들이 갈 것이며 그게 북한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연합뉴스


반기문 “北, 핵보유국 지위 확보”... 美 “핵·미사일 생산 더 늘어”

아울러 북한이 과연 우리 국민들과 세계 선진사회가 이해하는 ‘비핵화’ 의지가 분명한지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평화를 논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선대인 김정일 시절 중국의 핵 보유 과정을 벤치마킹해 수백만 명이 아사하는 과정까지 참아가며 개발한 것을 단순히 제재 완화, 종전협정, 북미 수교 등의 조건만으로 완전히 폐기할 것이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종신제인 북한과 달리 남한과 미국의 지도부는 4~5년 만에 교체되는 만큼 북한이 이를 악용해 언제든 말을 바꿀 소지가 많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나왔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감스럽게도 (김정은에게) 세 차례에 걸친 단독 정상회담을 부여했다”며 “(이를 통해)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얻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가교 역할을 맡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우리 정부의 성과와도 맞닿은 지적이었다.

북한이 관심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미국에서도 정파를 막론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앞다퉈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0월께 기습 도발이 이뤄질 수 있다”며 “북핵 위협이 없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고 정보당국이 위성사진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핵분열물질과 미사일 생산 등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정상 간 톱다운 외교가 실패한 사이 북한은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돼 더더욱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치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증권 중소기업 과학 IT 유통 법조 등 출입했습니다.
최소한 세상에 부끄럽지는 말자 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중입니다.
기자채널로 이동
주요 뉴스
2020.08.04 12:14:24시 기준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이종환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발행 ·편집인 : 이종환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