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발간한 보고서에서 핵개발을 미국의 탓으로 돌리며 “제2의 6·25가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군사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자체 무력 증강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는 25일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철회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결조건’이라는 제목의 6·25 70주년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군축 및 평화연구소는 각종 국제회의에서 북한 당국의 외교·군사정책을 선전하기 위해 지난 1988년 10월 설립한 기관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핵위협과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새로운 조미(북미)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이 진행된 후 더 악착스럽게 실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더 밀어붙였다는 비난이었다. 보고서는 미국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 등 북한의 선제 조처에 화답하기는커녕 합동군사연습 실시와 첨단전쟁장비 반입,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군사적 위협을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2의 6·25가 또다시 재현되지 않는다는 담보는 어디에도 없다”며 “미국이 우리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면서 대화를 운운하는 것은 치졸한 양면술책이며 비핵화 타령은 강도적 속심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를 한사코 핵보유로 떠밀었다”며 “미국의 지속적인 핵위협을 제압하기 위한 우리의 힘을 계속 키울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이 길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보고서를 낸 이유로 “1950년대 미국이 일으킨 조선전쟁의 진상을 만천하에 고발하고 전체 조선 민족에게 헤아릴 수 없는 불행과 고통을 강요하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침략적이며 약탈적인 본성을 까밝히기 위함”이라고 설명해 6·25가 미국의 북침 전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1866년 제너럴셔먼호 사건,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 등을 통해 일찌감치 조선 침략 의도를 드러낸 미국이 아시아 내 패권 강화, 국내 경제공황 타개, 자국 군수업체 지원 등의 목적으로 일으킨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자신들이 무력을 키웠기 때문에 제3차 대전을 피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