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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방패’ 두뇌와 신경망 우리손으로…꿈의 구축함 마지막 퍼즐은

■‘꿈의 구축함’ 마지막 퍼즐 맞추는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20평 남짓 사무실에 함형 14척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전투체계 시험장서는 하드웨어 정상 작동 검증 역할

통합마스트 기술력 한화시스템 국내 유일 보유

지난 3일 경북 구미시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차기잠수함 장보고-Ⅲ 전투체계를 활용해 대잠전 모의 수행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한화시스템




“33년 방산업계를 지킨 제게 올해는 유독 특별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80여척이 넘는 해군 함정의 전투체계를 개발, 탑재하며 쌓은 기술이 우리 해군에게 꿈의 구축함을 인도할 마지막 퍼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일 경북 구미시 한화시스템(272210) 본관 회의실. 쉰을 넘긴 이용욱 한화시스템 사업본부장(전무)의 눈이 소년처럼 빛났다. 올해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원년이라는 설명에서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2030년께 완성을 목표로 한 KDDX는 우리나라에게 꿈의 사업이다. KDDX는 6000톤급으로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함(7600톤급)보다 규모는 작지만 미사일 요격 등 이지스함의 기본 임무 수행이 가능해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린다. 더군다나 선체부터 전투체계까지 오롯이 ‘메이드 인 코리아’로 이지스함 기술 국산화의 첫 주자이기도 하다. 한화시스템은 이 중 전투체계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 예정이다.

전투체계는 흔히 함정의 뇌와 신경망에 비유된다. 함정 내·외부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수집·분석해 적 함정을 식별한 후 함포, 미사일 등 무장체계를 통해 섬멸하는 역할을 해서다. 제아무리 좋은 함정과 무기가 있더라도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 수준이 낮으면 명중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함정의 생존 가능성도 낮아진다.

백문이 불여일견. 한화시스템 구미 사업장 곳곳을 돌며 30년 넘게 한반도 해양을 지켜온 전투체계의 오늘과 미래를 살펴봤다. 총평부터 말하자면 첨단 정보기술(IT) 사업체를 둘러보는 기분이었다. 고막이 터질듯한 총성과 엔진음도, 눈 부신 용접 현장도 없었다. 대부분 연구실에서는 적막이 감도는 가운데 이따금 서버가 내는 팬 소음이 ‘웅웅’ 들려올 뿐이었다. 한화시스템의 인적 구성도 민간 IT 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력 비율도 연구개발(R&D)과 기술직이 전체의 66%를 차지한다.

지난 3일 경북 구미시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에 설치된 차기잠수함 장보고-Ⅲ 전투체계 모습./사진제공=한화시스템


가장 먼저 발길이 가 닿은 곳은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실이다. 함정에 탑재되는 전투체계를 개발하는 곳으로 20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서버용 컴퓨터 10여개와 모니터 50여개가 우선 눈에 띄었다. 모니터 화면으로는 레이더망이 돌아가는 모습과 주변 함정 및 지형이 표시됐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곳은 한화시스템 해양연구소의 중추이자 자랑이다”며 “지난 20년간 저희가 개발한 14개 함형의 전투체계가 이곳에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이곳에는 광개토대왕급 구축함부터, 독도급 대형수송함, 윤영하급 고속함을 거쳐 최신예 차세대 호위함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해군의 역사를 같이하는 국산 함정 전투체계 소프트웨어가 모두 모여있다. KDDX에 탑재하기 위한 전투체계 소프트웨어도 이곳에서 개발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총 16개 함형을 관리한다”며 “우리에게 빈 것은 2개로 하나는 항공모함이고 또 다른 하나는 KDDX인데 성공적으로 수주해 개발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전투체계 시험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앞서는 전투체계 소프트웨를 개발하는 곳이었다면 이곳은 실제 함정에 탑재한 상황을 가정해 함정 내외부 센서, 무장체계는 물론 컴퓨터 본체 및 모니터에 비유되는 콘솔, 서버가 정상 작동하는지 시험하는 곳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곳에서 전투체계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하드웨어를 조립 및 생산한 후 1년 동안 고온·저온·진동 시험을 진행하고 함정에 탑재해 엔진 가동 상황에서도 정상 작동하는지 2년 동안 검증한다”며 “3년의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마지막으로 사격 시험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설명이 끝나고 곧장 오락실의 스탠드형 오락기처럼 생긴 콘솔을 통해 무장체계 시험 발사 시현에 나섰다. 사격 명령이 내려지자 콘솔 모니터에는 적 함정이 떴고 어떤 무기를 쏠지 결정한 후 발사 버튼을 누르자 미사일 궤적이 날아가는 모습이 구현됐다. 몇 초 후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명중했다”고 말했다. 다만 효과음도 화면상 적 함정이 가라앉는 모습도 없어 실감은 나지 않았다.

한화시스템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통합마스트 모형. 안테나·레이더 등이 외부로 돌출돼 있지 않고 마스트 하나에 통합된 것이 특징이다./사진제공=한화시스템


KDDX의 눈이자 감각 신경이 될 ‘통합마스트’ 모형도 둘러봤다. 통상 함정의 마스트라고 하면 여러 개의 안테나가 삐쭉삐쭉 솟아있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통합마스트는 달랐다. 꼭대기를 깎아 놓은 사각뿔 모양이었다. 모형은 2m 남짓했지만 실제로는 11m, 4층 높이의 거대한 크기라고 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스텔스성 향상을 위해 4면 고정형 다기능레이더 개발로 진행되고 있다”며 “한화시스템은 그간 레이다와 각종 센서, 통신 장비를 직접 만든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통합마스트 개발 역량을 갖췄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KDDX에 통합마스트가 탑재되면 정비 효율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기존 마스트 구조에서는 안테나나 레이더가 고장나면 해상에서 수리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통합마스트는 겉면에 레이더 및 센서가, 실내에는 이를 운용하는 공간이 따로 있어 통합마스트 내부에서 정비가 가능하다. 기동 효율성이 크게 증대되는 것이다.

이 같은 첨단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화시스템은 해외에 우리 해군의 전투체계를 수출하는데도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기술력 기준으로 세계 3위권인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를 제치고 필리핀에 300억원 규모의 전투체계를 수출했다. 이 사업본부장은 “지금까지 3번 정도 유럽 방산업체와 수주 경쟁에서 맞붙었는데 성과가 꽤 좋았다”며 “기술적으로는 유럽 업체들과 견줄 수준이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구미=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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