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가 올해 2·4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최근 주가가 영업이익 반등 ‘기대감’에 따라 움직였던 만큼 실제 실적 발표 이후에는 오히려 재료가 ‘소멸’하는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나 ‘쇼크’ 여부가 당일 주가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으로 실적과 주가 사이의 관계를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600원(2.91%) 내린 5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이 시작되기 전 삼성전자는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2.73% 늘어난 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값(6조5,360억원)은 물론 최고값(7조6,220억원)도 뛰어넘는 실적이 나오자 삼성전자 주가는 장이 시작하자마자 전날보다 1.64% 올랐다. 그러나 이후 디스플레이 부문에 일회성 이익이 1조1,000억원 반영됐다는 소식이 나오고 하반기 반도체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곧바로 하락 전환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3·4분기 D램의 평균 판매가격과 생산량 증가율은 2%, 1%씩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 역시 이날 2·4분기 영업이익을 증권사 전망치 평균(4,058억원)보다 21.5% 높은 4,931억원으로 공시했지만 주가는 2,600원(3.82%)이나 내린 6만5,500원에 마감했다. 실적을 발표한 직후에는 5.14%나 급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2·4분기 각 기업의 주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실적 반등의 기대감에 따라 움직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적 회복 기대감 자체가 주가 부양의 명분이었던 만큼 실제로 실적 발표가 이뤄지면서 상승 ‘재료’가 소멸해 주가가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2.6%, 4.7% 급등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고 실제로 이 기대가 확인되다 보니 투자자는 차익을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실적이 실제 주가에 끼치는 영향은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삼성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한 당일 실제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했을 때 주가가 오른 확률은 43.8%에 불과했다. 반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한 일주일 후에 주가가 오른 확률은 81.3%에 달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은 발표 당일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그에 대한 해석이 나온 다음에 시차를 두고 주가가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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