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우리 법원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된 민사소송에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처음 판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국군포로들의 강제노역 관련 추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은 물론 이미 제기된 유사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달 25일 납북 피해자 후손 10여명을 대리해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한모씨와 노모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 인민군에게 붙잡혀 약 50년 동안 강제노역을 했다. 한씨 등은 이후 한국으로 귀환했고 지난 2016년 10월 김 위원장과 북한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이날 “원고들이 피고 측에 의해 송환이 거부되고 강제노역에 처해져 정신적 충격과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며 “청년 때 강제억류됐다가 50년이 지나서야 고국으로 돌아오게 돼 상실감이 너무나 클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1949년 제네바 제3 협약이 정하고 있는 전쟁포로에 대한 반인도주의적 일체의 조치를 금지하는 여러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국내법으로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는 헌법,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는 민법 등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이번 판결은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 우리 법원이 국내 최초로 재판권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명한 것으로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 김일성·김정일 등이 우리 국민에게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우리 법정에서 직접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이정표적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위자료를 받기 위한 향후 강제집행 절차도 주목된다. 소송을 주도한 ‘물망초 국군포로 송환위원회’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상대로 공탁금을 추심해 한씨와 노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물망초는 “경문협이 북한에 지급할 저작권료 약 20억원을 법원에 공탁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 공탁금 출급 청구권의 채권 압류·추심 명령을 받아 추심한 금액을 원고들에게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문협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경문협은 2004년 1월 남북한 민간교류협력을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현재 임종석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다. 경문협은 북한 저작물을 사용한 국내 방송사 등으로부터 징수한 저작권료를 북측에 송금해왔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에 따른 대북제재 시행으로 송금을 못하게 됐고 이듬해 5월부터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오고 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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