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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손상된 각막, 통째로 이식받을 필요 없어요

5개층 중 내피세포층·각막실질 등

손상부위 위주 부분층 이식 증가세

난시·거부반응 적고 시력회복 빨라

절대부족 기증 각막 2명이 쓸수도

엄영섭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교수가 각막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고려대 안산병원




# 60대 A씨는 모 병원에서 20여년 전 오른쪽, 3년 전 왼쪽 눈 각막이식 수술을 받았다. 각막의 5개 층(상피세포층·보우만막·각막실질·데세메막·내피세포층) 모두를 바꿔주는 전층(全層) 각막이식인데 왼쪽 각막은 거부반응으로 시력저하와 각막이 붓는 부종이 나타났다. 상계백병원 각막클리닉을 찾았을 당시 왼쪽 눈은 교정불가 상태였다.

황제형·강민지 안과 교수팀은 거부반응 위험이 전층 각막이식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층 각막이식을 했다. 데세메막과 내피세포층만 이식할 수 있게 가공처리된 수입 부분각막 이식 4일 뒤 A씨의 나안시력은 0.2로, 1개월이 지난 현재는 0.3으로 향상됐고 거부반응도 없는 상태다. 내피세포층 등 부분층 각막이식 후 눈 안에 공기를 넣어줘 각막실질에 잘 붙게 하는데 수술 후 똑바로 누운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 사물이 부옇게 보이고 눈앞 30㎝에 있는 손가락의 수를 간신히 구분할 정도로 시력(0.02 수준)이 나빴던 60대 여성 B씨. 검사 결과 각막 내피세포층은 정상이지만 각막 두께의 90%를 차지하는 각막실질 등 각막 앞쪽이 혼탁하고 상피세포가 지저분했다. 눈 안에서 만들어져 영양분을 공급하고 눈의 형태와 적정 안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수(房水)를 각막실질이 너무 많이 빨아들여 각막이 붓고 시야가 흐려진 것.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황호식 교수팀은 B씨의 각막실질 상당 부분과 그 바깥쪽 보우만막·상피세포층을 제거한 뒤 사후기증 각막에서 해당 부분을 분리해 이식(심부표층각막이식)했다. B씨의 시력은 0.25로 나아졌고 부종은 사라졌다. 각막실질이 원뿔처럼 툭 튀어나온 경우에도 이 수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증 각막의 나머지 부분(데세메막과 내피세포층)은 각막실질 안쪽 내피세포층이 망가져 시력 0.1에 각막 부종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던 60대 남성 C씨에게 이식(데세메막이식·DMEK)됐다. 이식한 각막의 일부 층은 공기·물을 이용한 표면장력과 봉합사로 고정된다. C씨의 시력은 0.3으로 개선되고 각막은 투명해졌다. 통증도 사라졌다. 사후기증 받은 각막 하나가 2명의 환자에게 ‘또렷해진 세상’을 선물한 것이다.

여의도성모병원 의료진이 각막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의도성모병원




# 각막 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각막 부종·혼탁에 따른 통증·시력저하에 시달리던 60대 환자 D씨도 눈앞 30㎝에 있는 손가락의 수를 간신히 구분할 정도였는데 고려대 안산병원 엄영섭 안과 교수팀으로부터 내피세포층과 데세메막 이식을 받고 시력이 0.5까지 회복됐다.

각막은 안구의 제일 앞쪽에 위치한 유리창 처럼 투명한 부분으로 빛을 망막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외상, 심한 염증 등으로 각막이 혼탁해지면 빛이 잘 통과하지 못해 시력장애가 발생한다. 이 경우 과거에는 각막의 5개 층을 통째로 이식했지만 최근에는 내피세포층·각막실질 등 이상이 있는 층 위주로 교체하는 부분층 각막이식에 성공한 병원들과 이식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의 경우 729건(국내 기증 각막이식 357건 포함)의 각막이식 중 577건(79%)이 전층 이식, 나머지는 부분층 이식이었다.

부분층 각막이식은 전층 각막이식에 비해 수술 후 시력회복이 빠르고 거부반응 재발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강 교수는 “각막 전층이 아닌 특정 부분층에 이상이 있는 경우 부분층 각막이식이 선호되는데 절개창이 작아 안정적이고 각막을 적게 꿰매줘도 되므로 수술 후 난시가 적다”고 했다.



국내에서 기증된 각막·안구는 사실상 무료지만 수요에 비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이를 이용한 각막·안구이식 건수도 2011년 626건에서 지난해 289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식 대기자는 1,351명에서 2,267명으로 증가해 이식을 받으려면 평균 7년 6개월 넘게 기다려야 한다.

기증 각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기증받은 1개 각막의 5개 층 중 일부 층만 떼어내 각막 질환자 2명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한 병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는 각막 전문 가공처리 회사가 없어 기증 각막 1개를 2명에게 부분 이식하려면 의료진이 바깥층인 심부표층각막(각막실질과 상피세포층·보우만막)과 안쪽 층(데세메막과 내피세포층)으로 분리해야 하는데 상당한 노하우와 기술이 필요하다. 황호식 교수는 “기증 각막에서 내피세포층과 데세메막을 온전히 분리해내기가 꽤 어렵지만 부분층 각막이식은 기증 각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층에만 문제가 생긴 각막 질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황제형 교수는 “수입 각막의 경우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장기간 대기할 필요가 없고 전층 각막은 물론 부분층 이식에 편리하게 가공처리된 제품도 있어 편리하다”며 “다만 환자가 개당 400만원이 넘는 각막 값을 전액 본인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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