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E★이슈]매니저는 자신의 생활 포기해야? '이순재·신현준'으로 본 연예계 '갑질 논란'

배우 이순재와 신현준. / 사진=서울경제 DB, HJ필름




최근 매니저들이 담당 연예인들의 ‘갑질’을 폭로하고 나서면서 이들 사이에 해묵은 관행과 부당 고용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28일 배우 이순재의 전 매니저 김 씨가 SBS 뉴스를 통해 부당대우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이순재의 매니저로 일하는 두 달간 주말을 포함해 5일 밖에 쉬지 못했고, 평균 주 55시간을 넘게 일했지만 기본 급 월 180만 원 외에 별다른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씨는 “집사나 머슴으로 들어간 건 아닌데 그의 아내가 쓰레기 분리수거는 물론 생수통 운반, 신발 수선 등 가족의 허드렛일을 시켰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갑질 논란’이 커지자 지난 1일 기획사 측은 이순재를 향해 제기된 의혹들을 해명하고 사과했다. 계약서 누락 및 4대 보험 문제에 대해선 모든 법률상 책임 내지 도의적 비난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사흘 뒤 이순재도 “제 사과 말씀을 정확히 밝히는 게 도리라고 생각된다”며 추가입장을 내놓았다.

이순재는 가족의 일과 업무 영역을 구분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했고, 전 매니저 김 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그는 “매니저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잘 알게 됐다”며 “남은 삶 동안 제가 몸 담고 있는 업계 종사자들의 권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실천하는 삶을 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순재의 갑질 논란이 ‘사과와 화해’로 수습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배우 신현준이 매니저 부당대우 논란에 휘말렸다. 신현준의 전 매니저 김모 대표가 13년간 신현준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다.

김 대표는 “신현준과 일하면서 적정 수준의 월급을 받지 못했고, 폭언과 신현준 가족의 갑질에도 시달렸다”고 호소하며 그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채팅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긴 시간 구두로 약속한 10분의 1 수익 배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와 일하면서 얻은 순수한 수익은 1억원도 되지 않는다”며 금전 관계에서도 문제가 있었음을 알렸다.



이같은 폭로에 신현준은 “큰 충격을 받았고, 서운하거나 힘든 점이 많지만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다”며 “풀지 못한 응어리나 불만이 있었다면 직접 만나서 대화를 가질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스무살 때부터 알고 지낸 동갑내기 친구였기에 격식 없이 지냈고, 배우 매니저 관계 이상으로 서로의 가족에게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였다”고도 설명했다. 부당대우 의혹과 관련해 두 사람이 서로 엇갈린 주장을 내놓으면서 이들의 진실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연예계 ‘갑질 논란’은 매니저들에 대한 인식과 처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매니저가 밤낮, 평일·주말과 무관하게 연예인의 일정에 따라 일하다 보니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는 인식이 관행처럼 자리잡혔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7년 이순재가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도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매니저의 본분에 대해 “평범한 사람을 연예인으로 만드는 매니저는 인내심이 있어야 하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식을 돌보는 어머니와 같은 끈기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활을 포기해야한다”고 발언했다. 본인의 생활보다 연예인의 생활에 맞춰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공과 사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매니저의 업무형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매니저는 해당 연예인을 여러모로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연예인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모두 챙겨주다 보니 담당 연예인의 기분을 맞춰주거나 컨디션을 좋게 해주기 위해 어떤 요구든 들어주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 때문에 매니저를 가족과 같은 사이로 정의 내리고 잡일을 시키는 경우도 매니저의 자연스러운 업무가 돼버린 셈이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측이 매니저 채용 과정에서 4대 보험을 누락하거나 매니저와 계약서를 정식으로 작성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인턴 기간 혹은 친분을 이유로 구두 계약서를 맺으면 매니저 입장에서는 피해를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다.

두 배우의 갑질 논란으로 인해 연예계에서 매니저를 바라보는 시선, 엔터테인먼트와 매니저·배우 사이에 뿌리박혀 있는 잘못된 관행을 이제라도 해결해나가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이들 사이에 고질적인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 또 갑질 폭로전이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