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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 미국은 중국과 ‘분리’에 나선 것일까

인하대 교수·국제통상학

美, 무역제재·기술투자 불허에 이어

총영사관 폐쇄로 '中분리' 순차 추진

美대선 누가 이겨도 강도 더 세질것

우리도 미중관계 악화 대응책 세울때

정인교 인하대 교수




미중 무역통상 갈등이 기술 및 지식재산권 분야로 확대되더니 이제는 외교공관 폐쇄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휴스턴 영사관을 폐쇄하자 중국도 미국의 청두 총영사관 폐쇄로 대응했다. 미국에 타격을 주기 위해 홍콩 총영사관 폐쇄를 고려하다가 티베트와 신장을 관할하는 청두로 변경했다고 한다. 이 영사관이 중국 내 인권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어 오래전부터 중국에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교적’이라는 형용사는 싫더라도 내색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외교관계가 뒤틀리더라도 외교관은 감정을 억제하고 본국의 지침과 국제규범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일상 업무다. 상대국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항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도 한다. 쟁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환한 대사를 복귀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대사 소환은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 외교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대사 본국 소환은 강도 높은 항의 방법으로 간주해왔다.

우리나라가 외국 주재 한국대사를 소환하거나 우리나라에 와 있던 대사가 자국으로 소환돼 간 적이 더러 있다. 문민정부 이전에 정치적인 문제로 미국은 자국 대사를 여러 차례 소환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사 소환은 과거사 문제로 주일 대사를 국내로 소환한 것이다. 일본에 대한 항의 표시이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소환보다는 ‘일시 귀국’이라는 용어로 순화시켜 일정 기간 국내 체류 후 복귀시켰다.

대사관은 외교적 사명을 수행하는 외교관으로 구성된 공식 조직이며 주로 주재국 수도에 위치한다. 외교관은 외교 부처 소속 공무원이지만 타 부처 공무원도 재외 공관 근무 발령 시 외교관 신분으로 대사관에 근무한다. 전권대사로 불리는 대사는 파견국을 대표하면서 대사관 운영을 책임지는 최고 수장이고 총영사도 대사와 같은 반열로 인정된다. 주재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에 따라 파견 외교관 수가 크게 차이 나고 여러 지역에 총영사관이나 영사관을 설치·운영한다.



총영사관은 주재 국가 대사관의 지역 사무소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은 중국에 홍콩을 포함한 6개 지역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중국은 미국 뉴욕·시카고·로스앤젤레스(LA)·샌프란시스코·휴스턴 등 5개 지역에 총영사관을 운영하고 있다.

대사 소환보다 더 강도 높게 반감을 표시하는 방식은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폐지다. 외교관계의 부분적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쟁에 준하는 적대행위가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외교공관 폐쇄이다. 과거 전 세계적으로 몇 차례 외교시설 폐쇄 조치가 발동됐지만 냉전체제 와해 이후 총영사관을 폐쇄한 예를 찾기 어렵다.

이번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불리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면 전환용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미국의 설명은 다르다. 휴스턴 총영사관이 미 지식재산권 불법 탈취 업무와 관련된 증거가 있어 폐쇄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중국이 미국에 설치한 첫 총영사관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를 설정할 것임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총영사관 폐쇄라는 초강경 칼을 뺐을 것이다. 중국인에 대한 입국 심사 강화에 이어 양국 교류에 필수적인 영사 업무가 차질을 빚도록 하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각종 무역제재, 기술투자 불허, 입국 심사 강화에 이어 총영사관 폐쇄와 영사 업무 제한으로 미국은 중국과의 분리 정책(디커플링)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돼도 대중국 디커플링 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바이든 후보가 밝힌 통상정책 공약이 오히려 트럼프 정책을 능가하는 것이 적지 않고 미 의회나 정치권에서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비판은커녕 오히려 수긍하는 분위기이다.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는 미중 관계에 대해 우리 정부가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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