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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활
40대 늦깎이 창업자가 전하는 창업의 기본기

■ 정해덕 JSN Lab 대표

입사 때부터 목표한 42세 창업 위해 홈쇼핑 MD 주특기 계발에 집중

창업 4년만에 매출 100억대 바라봐

50대 자발적 은퇴 위해 단행한 40대





남자 나이 마흔 둘. 일반 대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15~16년차의 스페셜리스트다. 자신이 맡고 있는 실무에선 조직 내 누구와 겨뤄도 ‘백전불패(百戰不敗)’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직장인들은 이 나이 즈음에 이직이나 퇴직 등을 가장 많이 고민한다. 자신만의 인생을 설계해온 직장인이라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지만, 그렇지 못한 직장인이라면 우물쭈물하다 회사에 끌려다니는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은 이후의 삶도 불행하다. 미리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며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는 직장인과 매달 나오는 급여에 만족하며 수동적인 삶을 사는 직장인의 차이다.

정해덕 JSN Lab 대표는 GS홈쇼핑과 홈앤쇼핑 등 대형 홈쇼핑 회사에서 16년간 MD로 근무하면서 마흔 둘에 창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지' 하며 뒤늦은 고민에 빠질 때 그는 한 치의 주저함 없이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미리 계획했던 대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미디어커머스 분야에 승부를 걸었다. 마흔 둘에 시작한 창업이 남들의 눈엔 늦깎이 창업으로 비추어 질 수 있겠지만 정 대표에겐 그동안 회사에서 쌓은 내공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일까. 정 대표는 창업 4년 만에 회사를 연 매출 100억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일궈냈다. 그는 50세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시 달리고 있다. 라이프점프가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에 위치한 JSN Lab 본사를 찾아 정 대표를 만났다. 회사 일과 창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4050 직장인이 있다면 정 대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볼 만하다.

- 자기 소개 부탁한다.

“JSN Lab 대표다. 회사는 4년 전 설립했다. 그 전까지는 GS홈쇼핑, 홈앤쇼핑에서 MD로 16년 간 일했다.”

- JSN Lab은 어떤 기업인가.

“미디어커머스 기업이다. 현재 두 개의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하나는 푸드메틱 브랜드인 ‘콤마나인’, 다른 하나는 건강식품 브랜드 ‘오퓨리’다.

- 제품은 어떻게 판매하나.

“철저하게 이커머스 채널을 통해 제품을 판다. 이전엔 이탈리아 브랜드를 라이선싱해 상품 기획부터 유통을 도맡은 적이 있다. 그땐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은 홈쇼핑을 통해 많이 판매하는데, 이를 지양하는 이유는.

“홈쇼핑에 의존하면 우리 사업이 제3자에게 끌려가게 된다. 매출과 이익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IT 기술의 발달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키는 유통 채널이 많아졌다. 라이브쇼핑도 그 일환이다. 내가 만든 제품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팔 수 있는 거다. 굳이 특정 채널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콤마나인, 오퓨리 처럼 자사몰을 만들어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JSN Lab은 자체 스튜디오에서 라이브쇼핑도 진행한다. 쇼호스트들이 건강식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JSN Lab


- 제품을 직접 만드나.

“아니다. 제조 공장은 없다. 하지만 제품 개발이나 디자인은 우리가 직접 한다. 생산의 외주화다. 공장은 없지만 제조 노하우를 갖고 있는 직원들이 우수한 시설을 보유한 제조 공장을 선별한 후 제품을 기획, 제조해 자사몰과 이커머스 등을 활용해 판매한다.

- 창업 초기엔 홈쇼핑 채널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을 수입해 팔았다면 지금은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파는 쪽으로 사업이 피버팅(pivoting)된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콤마나인, 오퓨리라는 우리 브랜드를 갖고 있다. 홈쇼핑도 하나의 유통채널일 뿐이다.”

- JSN이란 이름은 무슨 뜻인가.

“'Justice Network'의 약자다. 공정한 거래 관계를 하자는 뜻을 담았다.”

JSN Lab은 서울 마포구 월드컵대로 본사에 라이브쇼핑을 진행할 수 있는 스튜디오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진제공=JSN Lab


- 대형 홈쇼핑 회사를 다니다가 퇴직하고 창업을 했다. 몇 살 때인가.

“2016년 마흔 두 살 때였다. 스스로 직장생활의 리밋(Limit)을 걸었는데, 그게 마흔 두 살이었다. 입사할 때부터 이 나이를 넘어서까지 회사를 다니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마흔 두 살이 된 해 2월, 퇴사를 하고 창업을 했다.”

정해덕 대표가 자사의 인터넷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왜 마흔 둘이었나.

“일반 대기업에서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마흔 두 살 정도가 되면 갈림길에 서게 된다. 실무 단계에서 업무 능력이 최고조에 이를 때다. '스페셜리스트'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다. 이후엔 '제너럴리스트', 다시 말해 관리자의 길을 가야 한다. 회사 밖으로 나와서 내 전문성을 계속해서 살리느냐 아니면 조직 내에서 승부를 걸고 팀장급 이상 책임자로 승진하느냐 선택을 해야 하는 나이다.”

- 본인은 제너럴리스트보단 스페셜리스트가 어울렸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려면 조직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난 홈쇼핑 회사에서 일하면서 상품 기획과 마케팅, 트렌드 분석 이런 쪽에 흥미를 느꼈고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관리형 인재는 아니다. 요즘은 이런 갈림길에 서게 되는 나이대가 더 빨라진 것 같다.”

- 마흔 두 살이 되기 전까지 보낸 회사 생활을 창업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도 볼 수 있겠다.

“그렇다. MD는 남의 돈을 갖고 사업을 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직종이다. 책임지지 않고, 제조하진 않지만 기획한다. 모든 사람들이 올인해서 만든 상품을 잘 팔릴 수 있도록 하는 게 MD의 주 역할이다. 과거엔 홈쇼핑 채널의 숫자가 적어 기업들의 홈쇼핑 의존도가 높았다. 내가 기획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돈 들이지 않고도 시장을 분석하고, 그 결과물을 내 지식으로 습득할 수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직업이었다.”

- 청년창업에 대한 정책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 위주의 청년창업 이면엔 숨겨진 리스크가 많다. 숙련창업자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동감한다. 우선, 단 1년이라도 직장생활을 경험했다면 의사결정을 할 때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저 상사라면, 협력사 사장이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하는 식으로 말이다. 두번째는 재무 감각이다. 대개 젊은 창업자들은 아이디어만 갖고서 사업을 밀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창업하자마자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회사가 재무적으로 불안하다면 대표의 멘탈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자꾸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환경으로 가게 된다.”



-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맞다. 가끔 젊은 친구들이 놀랄만한 창업 아이디어를 얘기할 때가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듣다보면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러면 초기 비용이 5~6억원 가량 드는거다. 그런데 정작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할지, 매출은 언제 발생할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사업을 시작한 후 언제 돈이 돌기 시작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 창업가라면 당장 수중에100억원의 현금이 있어도 금새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에선 40~50대 숙련창업가들이 상대적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마흔 둘에 창업을 했다. 또다른 목표가 있다면.

“50세에 은퇴하는 거다. 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

- 4년 남았다. 순항 중인가.

“아니다. 60이 될때까지 더 일해야 할 거 같다.(웃음) 지금은 빚 지지 않고 직원 7~8명 월급을 줄 정도는 된다. 직장 다닐 땐 빚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물론 회사는 관리가능한 수준의 적당한 부채를 안고 있다."

- 초기 스타트업 시절, 국책은행이 운영하는 창업 보육센터애 선정돼 입주한 걸로 안다. 도움이 됐나.

"그곳에 입주해 있으면 비슷한 처지의 사업가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고민도 서로 나누고 정보도 공유하고 도움이 됐다.홈쇼핑 회사를 다닐 땐 사업계획서, 성과보고서 같은 걸 많이 썼다. 문서 작업이 몸에 뱄다. 하지만 인력 채용은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였다. 면접을 본적은 있어도 내가 면접관으로 누구를 뽑아 본적은 없었다. 보육센터에서 멘토링 교육을 받으면서 인사 노무 관리에 대한 팁도 얻을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초기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겐 꼭 창업보육센터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코로나 시대에 언택트 기업들이 뜨고 있다. JSN Lab 도 지금의 경영환경이 호재 아닌가.

"기회와 위기는 한 끗 차이다. 잘 나갈 때 워기를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매출이 86억원인데 올해는 하반기 실적을 봐야겠지만 전체적으로 좀 줄 거 같다."

-역성장인가.

"아니다. 솔직히 욕심을 부리면 100~120억 매출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외형 성장 대신 내실을 다지는 쪽을 택한 거다. 유통 채널을 바꿨다. 홈쇼핑, 백화점 등 대형유통 채널에서 자사 인터넷몰 비지니스로 전환 중이다. 목이 좋은 곳에서 맛있는 족발집을 하면 굳이 백화점 지하 매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 않고 대형 유통 채널에 종속되면 그들이 마진을 올리는 순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비용을 계속 지출 해야만 한다. 올해는 이런 부문을 개선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채널을 다변화하고 장기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셈이다."



-대표만의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오너 회사와 전문 경영인 회사의 다른 점이 뭔 줄 아나. 오너쉽 회사는 직원들이 대표와 중장기 비전을 공유하면서 성과를 나누는 거다. 내가 회사를 만들면서 스스로 약속한 부분이 절대 직원들의 월급을 밀리지 않겠다고 한 거다. 지금까지 이 약속을 어긴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가운데 회사의 가치와 비잔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경험에서 나온 것인가.

“그렇다. 나는 회사가 오래 갈 수 있게 소위 ‘존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고, 회사는 직원들이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20대를 위한 여드름 상품을 젊은 친구들보다 잘 기획할 자신이 없다. 오히려 나는 비슷한 연령대가 갖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는 게 낫다. 내가 하지 못하는 부분은 직원들이 채워주면 된다. 20대가 좋아하는 상품은 20대가, 30대가 좋아하는 상품은 30대가 기획하는 식이다."

-회사 경영자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플랫폼 비지니스를 하고 싶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팀을 만들고 있다. 제가 기획한 상품을 미국에도 팔고 싶은 거다. 매일 100~200만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는 비지니스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다. 내후년 즈음이면 좀더 그 목표에 다가가지 않을까.

/서민우기자 ingaghi@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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