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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부동산 톡톡]사회문제해결·수익률 두 마리 토끼 노리는 英 홈리츠…노숙자들 위한 거주공간 제공

다음달 런던증권거래소에 리츠 상장 추진

중국도 인프라 확충 위해 리츠 도입 속도

美·日 등에서는 헬스케어리츠 통해 노인문제 해결도

한국은 정책 목표 달성 위해 리츠 많이 활용하지만

시장참여자들과 교감 부족하다는 지적 많아

몇 년 사이 ‘리츠’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한국이 리츠를 도입한 건 2000년대 초반으로 20여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리츠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간 주로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사모 리츠 중심으로 시장이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과거 주식시장에 상장했던 리츠들이 주가조작, 배임, 횡령 등 불미스러운 일로 상장 폐지된 것도 개인투자자들이 리츠에 멀리한 이유였죠.

하지만 지난 2018년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가 상장하면서 개인들도 리츠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리츠 상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리츠는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으로 대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상품입니다. 20여년 전 리츠 도입 당시 정부가 제일 처음 내세운 이유였죠. 특히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배당을 제공하는 투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죠. 그런데 최근 해외에서는 리츠를 활용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국서 노숙자를 위한 거주 공간 제공하는 리츠 상장 추진


영국 런던 거리의 노숙자 /EPA연합뉴스




영국은 노숙자 문제가 심각하기로 유명합니다. 지난 2018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는 32만명의 노숙자가 있고, 이중 절반 이상이 런던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런던 시민 28명 중 한 명이 노숙자인 셈입니다. 이에 최근 영국 전역의 노숙자용 숙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알바리움 인베스트먼트(Alvarium Investments) 가 설립하는‘홈 리츠(Home REIT)’입니다. 홈 리츠는 다음달 런던증권거래소(LSE) 상장을 통해 2억 5,000만파운드(3억 2,900만달러)의 자금을 모집할 계획입니다. 홈 리츠가 투자하는 자산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자선단체나 주택협회 등에 20~30년간 임대할 계획이며, 목표 배당수익률은 연 7.5% 수준입니다. 노숙자들을 위한 국가자선단체인 ‘크라이시스(Crisis)’와도 협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린 페나 홈 리츠 회장은 “우리는 영국의 노숙자 숙박 자산 시장에 상당한 투자 기회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으며, 영국의 노숙자 위기에 대한 해결책의 일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주주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미친다는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외신도 홈 리츠에 대해 “사회적 가치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하면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투자전문지 배런은 홈 리츠에 대해 “투자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한다고(?)”라며 의문을 표하기도 했죠.

리츠 통해 인프라 확충하려는 중국..한국도 정책 목적 달성 위해 리츠 도입하지만 '반쪽자리'


중국 베이징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중국 정부는 지방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경기 부양을 위해 리츠를 도입할 방침이다. /EPA연합뉴스




홈 리츠 뿐만 아니라 리츠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리츠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리츠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는데요. 중국은 대도시와 농촌 지역 간의 인프라 격차가 큰데 지방정부 재정만으로는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리츠를 활용해 민간 자본을 유치해 인프라를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로 큰 진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4월 말부터 고속도로·공항 등과 같은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리츠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인프라 확충 시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입니다.

한국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리츠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중에서 리츠 운용 개수와 운용 자산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데요. LH가 설립한 리츠는 100% 정부의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LH가 만든 리츠로는 공공임대리츠, 주택개발리츠, 행복주택리츠, 귀농귀촌 주택단지 리츠, 제로에너지 단독주택 임대리츠 등이 있는데요. 이름만 보더라도 리츠의 목적과 성격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LH 외에도 SH공사 산하 리츠 AMC인 서울투자운용, 리츠 AMC 인가를 받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설립하는 리츠도 정부와 시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만듭니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뉴스테이 리츠’가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기관투자자들을 유치해 뉴스테이 리츠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었는데요. 기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투자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리츠를 활용할 때 시장참여자들과 교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일본의 헬스케어리츠 홈페이지


사실 정책 당국이 두 팔 걷고 나서지 않더라도 민간에서 설립하는 리츠도 충분히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미국이나 싱가포르, 일본 등에는 노인들을 위한 요양시설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헬스케어리츠가 많이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에 영국에서는 노숙인을 위한 주거시설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과 수익률을 동시에 추구하는 리츠까지 등장했습니다. 이 같은 해외 사례가 한국 정책당국과 리츠업계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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