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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다”는 그녀들의 말, 진심이었을까

[리뷰] 영화 ‘도망친 여자’

홍상수 감독, 김민희와 7번째 작품

영화 ‘도망친 여자’ 스틸컷./사진제공=전원사




극적인 사건은 없다. 거실, 주방, 집 앞, 카페 같은 일상의 공간에서 소소한 대화가 오갈 뿐이다. “나 잘 한 것 같아”라며 스스로 내린 결정을 스스로 칭찬하면, “정말 그래”라고 상대에게 동의해 준다. 지적하거나 반문하지 않는다. 적대적인 말은 한 마디도 주고받지 않는다. 잔잔하고 평화롭다. 하지만 뭔가 어색하다. 가식과 진심, 무심 사이에서 대화가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이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도망친 여자’는 주인공 감희(김민희)가 지인 영순(서영화), 수영(송선미), 우진(김새벽)을 연이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각각의 장면들로 이어져 있다.

영순은 남편과 이혼 후 외진 곳에 집을 구입해 새 룸메이트와 살고 있다. 모든 게 예전보다 좋다고 한다. 술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기 때문에 술은 잘 안 마시고 채식을 즐긴다면서도 집으로 놀러 온 감희와 함께 술을 마시고 고기도 많이 먹는다. 수영 역시 이사 온 동네와 집이 너무 좋다고 한다. 윗집 건축가와 잘 될 것 같다고 자랑을 한다. 영화관에서 우연히 만난 우진은 과거의 일에 대해 감희에게 사과하고, 감희는 아무렇지 않다고 말한다.

감희는 세 사람을 차례로 만날 때마다 남편과 결혼한 뒤 5년 동안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고, 남편은 ‘사랑하는 사람은 무조건 붙어있어야 한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지점에서 관객은 슬쩍 의심을 품지만 영순, 수영, 우진 중 누구도 관객을 대신해 감희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다.



영화 ‘도망친 여자’ 스틸컷./사진제공=전원사


영화 ‘도망친 여자’ 스틸컷./사진제공=전원사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은 등장인물들의 마음이나 생각을 명징하게 알 길이 없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인간관계가 대체로 그러하지 않던가.

‘도망친 여자’는 홍 감독의 스물네 번째 장편이자 페르소나 김민희와 함께 한 일곱 번째 작품이다. 해외에서는 호평이 잇따랐다. 이미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에서 은곰상을 수상했고, 부쿠레슈티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뉴욕영화제, 만하임-하이델베르크 국제영화제, 도쿄필름엑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받았다.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 타임 77분.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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