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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40% 사실상 대출중단...대부업 '개점휴업'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 크게 줄어

신용 대신 담보대출 비중 확대

저신용 서민 불법 사금융 내몰려





제도권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로 꼽히는 대부업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대형 대부업체 10곳 중 4곳은 신규 신용대출 취급을 사실상 중단했고 중소형 업체들도 심사를 강화하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잇단 최고 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급락한 대부업체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용대출 대신 담보대출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다. 담보력이 약한 저신용자들이 합법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최후의 시장인 대부업에서마저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2·4분기 기준 협회에 대출금리를 공시하는 대형 대부금융회사 26곳 가운데 11곳(42%)은 이 기간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건수가 10건이 채 안됐다. 중개업자를 통한 추가·재대출 건수가 10건 이하인 업체까지 합치면 총 13곳에 달한다.

아직 대출을 내주고 있는 업체들도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주요 대부업체의 대출 승인율은 2015년 21.2%에서 지난해 말 11.8%로 줄었다. 대출 신청 10건 중 1건만 승인을 내주고 있다는 얘기다.

대부업 위축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최고 금리 인하가 꼽힌다. 2010년 44%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4차례 인하를 거듭해 2018년 2월 이후 24%로 낮아졌다. 주로 저축은행·캐피탈사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고객에게 다시 빌려주는 대부업체들로서는 받을 수 있는 최고 금리가 떨어질수록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대부업체의 고객 대부분은 정상 상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신용 차주여서 리스크 관리 비용이 더 크다.



이에 따라 대부업 대출도 신용대출 대신 담보대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담보로 잡힐 자산이 없는 저신용 서민에게는 대부업 대출마저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의 담보대출 비중은 2015년 15.2%에서 지난해 44%로 급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 “지속적인 이자율 인하 등 변화된 영업환경에 맞춰 고위험 고객을 회피하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저신용자들이 대부업 시장에서마저 밀려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대부업을 통한 신규 담보대출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달 2일부터 금융당국이 대부업체를 경유해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방식의 질권대출에 대해서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해 사실상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대출’을 막으려는 조치지만 대부업체로서는 그나마 안정적인 담보대출을 취급할 길이 막히게 됐다.

정부는 정책 서민금융 공급을 늘려 대부업 위축에 따른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대부업 이용자를 직접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고금리 인하로 최소 8만명이 대부업 문턱에서 밀려나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업 이용자들이 절감한 이자는 1,100억원인 반면 8만명이 추가로 감당해야 하는 이자는 2조8,000억원에 달했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 부원장은 “대부업체 문을 한 번이라도 두드렸거나 현재 이용 중인 사람 등 신용등급 6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들만 조사했더니 실질적으로 정책금융의 혜택을 본 사람은 극소수였다”며 “금리만 낮추는 정책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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