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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사] 이건희 회장님의 ‘영속적 유산’을 되새기며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전) 금융위원장·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 최고 향한 글로벌 마인드

도전·혁신 추구 열정의 리더십

초일류의 첨단기술기업 키워내





한국 재계의 거목 이건희 회장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초(超)일류를 지향한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인 회장님의 명목을 빕니다.

이건희 회장님이 지난 6년간의 투병을 갑자기 멈춘 이 시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경제적 충격이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번지는 상황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선전하고 있다는 한국의 극적인 선방은 국내 핵심기업, 특히 삼성의 예상을 뛰어넘은 기적과 같은 실적으로 가능해진 결과입니다. 회장님이 일군 세계 굴지의 첨단기술기업 삼성전자가 코로나19 경제위기 돌파의 일등공신이 된 지금 회장님의 별세는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고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건희 회장님이 근 30년간 삼성그룹 회장으로 재임한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50배, 시가총액은 500배로 뛰었고 글로벌 5대 톱브랜드의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제2의 창업을 일궈낸 수준입니다. 최고 경영인(CEO)으로 남긴 ‘영속적 유산(lasting legacy)’을 크게 세 가지(세 개의 별)로 생각해봅니다.

첫째, 세계 최고를 지향한 열정의 리더십입니다. ‘차선은 최선의 적’이라는 말처럼 세계 1등을 추구한 회장님의 경영철학은 반도체 신화를 만들었고 나아가 한국 경제의 글로벌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였습니다. 오랜 해외생활을 했던 저는 종종 삼성이 정말 한국 기업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회장님은 메모리반도체·스마트폰·TV 등 20개가 넘는 세계 1위 제품을 생산하는 초일류 그룹으로 성장시켰고 나아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과 국격을 선진 반열로 높이고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둘째, 진정한 변화를 추구한 도전과 혁신의 리더십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맞이한 오늘날 더욱 귀중한 유산입니다. “지금처럼 해봐야 일류가 될 수 없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메시지로 품질 중심 경영의 모멘텀을 만든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이나 1995년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휴대폰 15만대를 불태운 화형식은 이제 전설이 됐습니다. 회장님은 선택과 집중의 전략, 그리고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과감한 선제 투자로 한국 기업을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거듭나게 이끄셨습니다.

셋째, 탁월한 글로벌 마인드의 리더십입니다. 국제적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회장님이 작은 피라미를 거대한 글로벌 고래로 변형시킨 리더였다는 찬사를 전하면서 세계 경제의 변방 한국의 로컬기업을 글로벌 리딩 첨단기술기업 그룹으로 도약시킨 탁월한 경영인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글로벌 파워하우스 부상은 대한민국 기업의 세계화를 촉진하고 해외투자가의 시각을 개선하는 한편, 국내 자본시장의 업그레이드를 이끄는 긍정적 파급효과(bandwagon effect)라는 시너지를 창출했습니다.

한국 경제 발전사의 한 획을 그은 큰 별이 졌습니다. 훌륭한 정치 지도자, 기업 경영인 누구에게도 공과가 있고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회장님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애도 기간에 굳이 유명을 달리한 분의 그림자를 부각하는 것은 결코 도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삼성그룹이 당면한 지배구조 개편 등 앞에 놓인 난제가 적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삼성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회장님이 남긴 큰 족적이 더 귀하게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굳이 인연으로 말하자면 회장님은 저의 서울사대부고 선배이시고 또한 2000년에 수상하신 ‘자랑스런 부고인상’을 부족한 제가 2008년에 물려받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혜화초)까지 선배이신 것은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부디 이건희 선배님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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