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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공화당의 미국 망가뜨리기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위스콘신 방역 발목잡은 공화당

대법원 '극우 절대우위' 완성시켜

환경보호정책 '바람 앞 등불' 신세

美 넘어 전세계 초대형 재난 우려





지난 2016년 대선 이후 누구도 대놓고 선거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볼 때 조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압승을 거둘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하지만 바이든이 승리한다고 해도 트럼프의 정당은 선거 이후 수년에 걸쳐 미국과 전 세계에 막대한 손상을 가할 수 있다.

우선 민주당의 상원 탈환이 유력해 보이기는 하지만 확률로 보면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할 확률보다 작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원이 각 주의 유권자 수를 공정하게 반영한 대의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예로 평범한 와이오밍 유권자의 한 표는 캘리포니아 유권자에 비해 무려 70배의 가중치를 지닌다.

게다가 레임덕 직전의 현직 대통령이 미국 국민의 일부만을 대변하는 상원과 작당해 우파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연방대법원을 꾸리려 하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지 알고 싶다면 위스콘신의 상황을 주시하라.

위스콘신 유권자들의 53%는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주 의회 전체 의석인 99석 중 고작 3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공화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구 재조정, 즉 게리맨더링 탓이다. 주 법원 역시 선출직인 공화당계 법관들이 장악했다. 위스콘신의 공화당이 새 주 의회 구성 직전까지 민주당 소속인 토니 에버스 주지사를 흔들기 위해 총력전을 이어가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권력행사가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지금 위스콘신은 지난여름 애리조나가 겪었던 무시무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경험하고 있다. 다행히 애리조나는 의무적 마스크 착용, 술집 폐쇄와 실내집회 제한 등 고강도 대책으로 코로나19 급증세를 진정시켰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위스콘신 주 의회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통제하려는 에버스 주지사의 시도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있다. 게다가 지난주 수요일 공화당계 판사는 술집과 기타 공공장소의 출입을 제한하려는 주지사의 행정명령을 뒤집었다.

지난 2018년 중간선거 당시 전체 득표수에서 밀린 위스콘신 주의 공화당은 주민 수십만명을 죽일지 모를 무책임한 일을 서슴없이 벌이고 있다. 이와 유사하지만 더욱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일들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가 직접투표 득표수에서 바이든을 물리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선거인단 확보경쟁에서 앞서 최종 승리를 끌어낼 가능성은 남아 있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그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다.



이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패배하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을 보듯 뻔하다. 공화당은 대규모 재정 사보타주를 감행할 것이다. 트럼프 때는 막대한 예산적자에 아랑곳하지 않았던 공화당이 느닷없이 정부의 재정적자를 ‘악’으로 규정하고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와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모든 시도를 막아설 것이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차지한다 해도 공화당에는 전체 9명 중 6명이 보수성향 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이 있다. 연방 최고법원의 절대 과반이 극단적 보수주의 정당에 의해 임명된 대법관들로 채워지게 된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후보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연방대법원이 겉만 번드르르한 법리를 앞세워 오바마 의료개혁법(ACA)에 위헌판정을 내림으로써 수백만명의 미국인들로부터 의료보험을 앗아갈 것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6대3으로 보수성향이 강화된 연방대법원 체제가 구축되면 낙태를 여성의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우 대 웨이드 판결 역시 뒤집힐 위기에 처하게 된다.

무엇보다 환경정책이 보수화된 대법원의 표적이 될 것이다. 공화당의 ‘큰손’ 후원자인 찰스 코크는 배럿의 상원 인준을 위해 수백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낙태권이나 의료개혁법(ACA)을 무력화하기 위해 사비를 ‘투자’하는 게 아니다. 그는 비즈니스 규제, 그중에서도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바이든의 조치들을 무력화할 대법원을 원한다.

인준 청문회에서 배럿은 기후변화에 대해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현시점에서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이다. 그것은 그가 과학을 무시하며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협을 누그러뜨리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대법원의 권한이 환경보호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데 사용된다면 그것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위험한 결과를 가져온다. 바이든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조치가 그가 추진할 경제정책의 핵심임을 분명히 했다. 기후변화는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사안이다. 이미 우리는 산불과 홍수의 형태로 나타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향후 몇 년을 허송세월로 보낸다면 대재앙을 피할 수 없다.

만약 공화당 대법관들이 장악한 대법원이 효과적인 기후정책을 가로막는다면 미국과 전 세계에 심각한 우려를 뛰어넘는 초대형 재난이 닥칠 것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정파적 규범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문명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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