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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좌초땐 '일상'이 침몰한다[책꽂이]

■무역의 힘(프레드 P. 혹버그 지음, 어크로스 펴냄)

車·바나나부터 교육·콘텐츠까지

무역으로 '생활의 모든 것' 향유

빗장 걸고 관세 높이면 가격폭탄

일자리 상실은 기술발달 영향 커

최장 기록 前 미국 수출입은행장

트럼프 '보호주의' 조목조목 반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이후 수시로 날리는 트윗을 통해 일관되게 전해 온 메시지는 ‘무역(trade)은 매우 나쁘다(very bad)’다. 무역으로 인해 미국인은 억울하게 일자리를 잃었고, 미국은 늘 남 좋은 일, 즉 손해 보는 장사만 했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교역 상대국 물품에 대한 관세를 높여야 그들이 미국에 정당하게 더 많은 지불금을 내게 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이슈를 언급할 때마다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가 타오른다. 마치 미국을 괴롭히는 악당을 대하는 듯하다.

이를 보다 못한 미국의 무역 전문가가 책을 한 권 냈다. 프레드 P. 혹버그 전 미국수출입은행장이 쓴 ‘무역의 힘(어크로스 펴냄)’이다. 한국어판 제목보다 원제가 더 눈에 띈다. ‘무역은 욕이 아니다(Trade is not a four-letter)’. 제목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저자의 강력한 반박이다.

혹버그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9년 동안 은행을 이끌었던 미국 역대 최장수 수출입은행장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무역 이슈를 직접 다뤄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혹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야기한 보호무역주의로의 역행과 관세 전쟁이 무역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무역은 우리의 일상 그 자체”라며 “사과를 먹어본 적이 있다면, 스카치 한 잔을 마셔본 적이 있다면, ‘왕좌의 게임’ 시즌6을 시청한 적이 있다면, 무역의 무한한 혜택 중 조금이라도 맛본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먼저 미국의 무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유명한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이 미국 독립혁명의 발단이 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은 태생부터 무역과 뗄려야 뗄 수 없는 나라다. 남북전쟁 역시 노예제 존폐를 둘러싼 충돌로만 주로 설명되지만 갈등의 이면에는 수입 규제에 대한 남북의 반목이 존재했다. 무역이 오랜 기간 일상 깊이 영향을 미치고 뿌리 내렸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어 샐러드, 자동차, 바나나, 아이폰, 교육,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 여섯 가지 상품을 예로 들며 무역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바나나는 몇 세대 전만 해도 색다르고 진귀한 이국의 작물이었다. 1947년 미국에서 바나나의 평균 가격은 1파운드 당 현재 가치로 1.7달러였다. 하지만 2017년엔 56센트로 70년 전 대비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떨어졌다. 물론 무역 덕분이다. 만약 무역정책 탓에 바나나 가격이 10달러가 된다면 이는 곧바로 가계지출 부담으로 이어진다. 대체재를 찾는다 해도 그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바나나는 상징적인 예일 뿐이다. 무역은 일반 가정의 지출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관세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 싼값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베트남산 운동화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그에 따른 금전적 부담 증가는 중국이나 베트남 몫이 아니다. 결국은 미국 소비자가 그 부담을 져야 한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생산품을 강조하지만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해 생산된 혼다자동차나 아이폰의 국적을 따지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무역 장벽을 세울 경우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교육과 관광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도 혹버그는 경고한다.

물론 무역으로 인한 패자도 있다. 바로 일자리 문제다. 하지만 이는 단지 무역 때문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든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무역에 대해 솔직해지자고 말한다. 계속 고립을 지향하고 무역을 적대시하다 보면 빠르게 변하는 세계 흐름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1만6,8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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