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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철학 없이 트렌드 없다

전 연세대 교수

<136> 변화를 대하는 리더의 자세

코로나에 소비자취향 급변하지만

트렌드 변화 제대로 대처 위해선

우리 회사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근본적 질문해야 미래 제시 가능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간이 사는 세상을 영원히 바꿔놓을 것인가. 항상 마스크 쓰고 가는 곳마다 체온 재고 무조건 손부터 씻어야 하는 지금, 생각나는 노래는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다. 이게 바로 지옥 아닌가요. 이전 같으면 결벽증 환자나 할 일을 이제 누구나 요구받고 있다.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급격히 변한다. 문제는 이 트렌드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다. 코로나19 백신이 시중에 풀리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 거대한 비대면 트렌드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는가. 새로운 트렌드를 거부하는 개인과 조직은 앞으로 점점 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미국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장기불황이 계속되자 직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요즘 우리 사장님 얼굴이 정말 어두워. 우리 회사 망하는 거 아냐. 이러다가 우리 월급이라도 제대로 줄 수 있겠어.” 결국 대대적인 구조 조정이 일어났다. 그래도 버티기 힘들어지자 할 수 없이 막 붐이 일고 있는 자전거 부품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그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다. 여러분이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라면 다시 이전의 자동차부품 사업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지금 효자 노릇하고 있는 자전거 부품에 그냥 계속 있을까. 어떤 선택을 할까.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먹고살 만한 수준으로 돌아오자 미련없이 원래 본업인 자동차 부품회사로 돌아간다. 한 우물을 파라. 그 우물이 말랐을 때 한시적으로 트렌드를 따르라. 그러나 트렌드만 따라다니다 보면 거기에는 다 터줏대감들이 있게 마련이다. 자신의 필살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중국에 한 임금이 있었다. 음악을 참 좋아했다. 특히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합주곡을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만 죽고 만다. 큰아들이 뒤를 이어 임금이 된다. 이 새 임금도 아버지를 닮아서 음악을 좋아한다. 그런데 취향이 좀 달랐다. 합주 대신 독주를 좋아한다. 그래서 악사들을 한명씩 따로 불러 노래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 차례가 된 악사 한명이 야반도주를 한다. 임금과 독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버리고 왜 도망갔을까. 합주할 때는 잘 드러나지 않던 실력이 들통날 것을 염려한 것이다. 중국 철학서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요즘 여기저기서 재택근무를 실시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도 원했던 재택근무가 이제 너무 힘들단다. 왜 그럴까. 이전처럼 서로서로 스킨십을 나누고 눈도장도 찍는 것이 힘들어진 상태가 불안한 것이다. 사내정치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던 조직문화가 변하지 않은 채 정보기술(IT)만 도입한다고 재택근무가 다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밑에 부하에게 일을 다 떠넘기는 것도 재택에서는 쉽지 않다. 우리는 합주만이 아니라 독주할 수 있는 실력도 길러야 한다.



현재 가솔린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차를 살지 고민한다. 디젤차를 살까. 연비가 좋다. 힘이 좋다. 그런데 환경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것은 싫다. 날씨가 추우면 소음과 진동도 더 커진다. 하이브리드로 가볼까. 우선 연료비가 적게 든다. 소리도 조용하다. 그렇지만 미래 대비에는 역시 전기차가 더 낫지 않을까. 연료비를 엄청 절약할 수 있다. 배터리 효율이 좋아져 이제는 제법 먼 거리도 다녀올 수 있다. 반면에 화재 위험이 크다. 배터리가 완충되면 특히 그렇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직 완성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수소차는 또 뭔가. 머리가 점점 복잡해진다.

기왕 미래를 확실하게 대비하려면 오는 2025년께 시판 가능하다는 자율주행차를 기다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소비자들이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때 제조업체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트렌드를 어떻게 예측할까. 제조업체의 리더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고민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미래에도 과연 사람들은 자동차를 필요로 할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만이 큰 흐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우리 회사의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같은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은 철학에서 나온다. 이것이 바로 트렌드를 따를 때 자신의 철학이 필요한 이유다. 철학을 가진 리더만이 조직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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