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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바이든의 깊어가는 고민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대중무역적자 개선 기미 없는데

中 'BAT' 앞세워 신산업 급성장

독점적 지위 점차 잃어가는 美

턱밑추격 위기감에 수성 골머리





조 바이든이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사실상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계를 세차게 몰아붙여 지지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었다. 미중 간 긴장관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더해지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좀 나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듯하다. 과연 중국을 어떻게 대하게 될까. 기본적으로 불만과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가장 불만스러운 것은 연간 3,000억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적자(점유비 35% 상당)의 개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항공기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은 내년부터 150인승 규모의 중형 중국산 항공기(C919)를 국내 노선에 투입하기 시작한다. 중국은 매년 연례행사로 미국산 항공기 100여대를 구매해 대미무역 흑자폭을 조정해오고는 했다. 항공 산업은 미국이 유럽의 에어버스와 양분해오던 시장이다. 중국 수출물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우주 및 군수 산업에도 타격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자존심이 무너지게 된다.

가장 잘나가는 신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주도해 시작된 비즈니스가 많다. 출발점이 거의 같은 신산업들이지만 미국의 독점은 불가능하다. 중국의 약진이 엄청나다. 미국에 FANG(페이스북·애플·넷플릭스·구글)이 있다면 중국에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있다. 그 배경에는 미국에서 배우고 경력을 쌓은 수많은 중국인이 있다. 정부도 이들을 적극 후원하며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신산업 분야의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편하지 않다. 중국 학자들을 번듯하게 키웠다는 뿌듯한 자부심보다는 발밑까지 따라온 중국의 기술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은 대외관계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013년 말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창으로 시작된 신실크로드프로젝트(一帶一路)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조달러 이상의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그동안 쌓은 유학생 네트워크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신식민지주의’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있다. 올해 138개 국가 및 31개 국제기구와 총 201건의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실크로드프로젝트 해당 국가들과의 경제협력도 궤도에 오르고 있다. 올해 중국의 대외투자(863억8,000만달러) 중 141억1,000만달러가 이들 국가로 향했다. 무역액도 1조달러를 넘겼다. 무역과 투자 비중이 각각 16.3%, 20%를 차지했다. 폭증세인 유라시아 철도가 주목된다. 유럽 21개국, 92개 시에 1만편의 열차가 운행된다. 세 자릿수 증가세다.

다자관계도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과 경쟁할 경우 양자 관계보다는 다자관계가 나을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한 데 이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공동체(CPTPP) 가입에도 적극적이다. 2010년대 초 미국 주도의 TPP 논의 초기에는 수세적이었다. 한국이 TPP에 참여할지에 촉각을 세우기도 했다. 대신 RCEP 동참을 적극 권유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은 10조달러 경제에 못 미쳐 미국이 부담스러웠다. 지금은 총량 규모로 미국의 3분의2까지 따라왔다. 그만큼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일본에서 프랑스 신제품 와인인 보졸레누보 출시와 관련해 재미있는 보도가 있었다. 관례상 보졸레누보는 11월19일 일제히 출시된다. 운임이 비싸도 항공운송에 의존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편이 대폭 축소돼 적기 출시가 불가능해지자 유라시아 철도가 활용됐다. 1주일 걸리던 운송이 한 달로 늘어났다. 결국 지난달 초부터 유라시아 철도로 발송해 상하이 지역까지 운송한 뒤 배로 일본으로 가져왔다. 운송비도 싸지고 숙성도 돼 맛좋은 와인을 적기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정부끼리 으르렁거리는 일본과 중국 간에도 이익만 맞으면 결국 비즈니스가 성사되는 것이다. 미국이 독점적 지위를 상실해가고 있는 현재 바이든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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