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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해외칼럼] 기후정책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이익집단 반발·비용 등의 문제로

기후변화 대응 조치 어려운 실정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 포함

당근+채찍 패키지 정책 추진해야

폴 크루그먼




2020 미국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재앙에 가까운 기후변화의 압승으로 끝났다.

미국의 민주주의 역시 승리를 거뒀다. 조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치면서 독재정치의 벼랑 끝에서 우리를 건져냈으니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 트럼프는 예상보다 큰 실패를 하지 않았다. 연방 상·하원과 지방선거에 나선 공화당 후보들도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가 택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 방법의 정당성이 입증됐다”며 기고만장했다. 그들이 고수한 코로나19 접근법은 일관된 현실 부정과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같은 가장 기본적인 저비용 예방책에 대한 강한 거부였다.

이 같은 무책임은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올겨울이 얼마나 위험한 계절이 될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지 가늠조차 못 하겠다.

코로나19 사망자는 확진 시점에서 3주 정도 지난 후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지난 초가을 이후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점을 미뤄볼 때 연말에는 하루 평균 수천 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설사 코로나19를 이겨낸다 해도 영구적인 후유증이 따라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백신 뉴스는 대단한 희소식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내년 중에 팬데믹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신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전에 수십만 명의 미국인들이 죽어갈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인류 문명에 실존적 위협을 가하는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따른 후유증이다. 이는 팬데믹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사실 기후변화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다루기 힘든 문제다. 우파는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다루다 보면 경제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기후변화 관련 조치는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유익하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눈부신 진전으로 이제 우리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청정에너지 기반 시설 구축 작업’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빠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특수 이익집단의 막강한 힘, 비용과 혜택의 문제로 여전히 기후변화 대응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프래킹 유정의 메탄 유출 문제가 좋은 본보기다. 메탄 누출 제한 조치는 분명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주지만 10년 후 혹은 지구 반 바퀴 떨어진 곳에서 발생할 강력한 태풍의 가능성을 줄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금 당장 늘리는 것에 동의할 텍사스 주민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직접적인 혜택을 기대하기 힘든 기후 대응책의 이 같은 간접성이 향후 전망을 더욱 비관적으로 만든다.

팬데믹에 무책임하게 대처한 데 따른 결과는 기후변화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데서 비롯된 비용보다 훨씬 비싸고 분명하며 즉각적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실내에 모인다면 몇 주 뒤 감염 건수는 크게 늘 것이다. 독자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바이러스가 번지면 가족, 혹은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 틀렸다는 사실보다 코로나19를 부정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입증하기가 훨씬 쉽다. ‘어느 날 갑자기 팬데믹이 물러갈 것’이라던 코로나19 부정론자들의 주장이 헛소리였음을 지적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정자들로 하여금 코로나19에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게 만드는 것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도록 유도하는 것보다 쉽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19의 위험을 인정하지 않은 채 마스크 착용과 같은 저렴하고 상식적인 방법마저 ‘폭정’으로 몰아붙이며 이 같은 대응책을 내놓는 공직자들을 거칠게 공격하고 비난하는 광경을 수도 없이 목격한다.

이런 상황에서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를 시급히 대처해야 할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제시할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팬데믹 정책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대중이 해서는 안 될 일을 금지하는 것인 데 비해 기후정책은 최소한 일부분이나마 채찍이 아닌 당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환경보호를 위해 추가적인 제한과 비용 부담을 감내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녹색 미래’를 향한 투자와 이 과정에서 만들어질 새로운 일자리에 초점을 맞춘 정책안 수립이 가능하다.

바로 이것이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 후보자들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가장 큰 이유다. 기후 정책은 광범위한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포함하는 패키지가 돼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이 이 같은 법안을 차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조지아주 결선투표에 나선 두 명의 민주당 후보가 모두 승리해 상원의 주도권을 민주당 쪽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는 확실하게 기후변화라는 대재앙을 예방해야 한다. 이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2020년 선거의 쟁점이 기후가 아닌 팬데믹이었고 그마저 결과가 신통치 않다는 점에서 기후 정책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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