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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진이형의 ‘덕업일치’…‘린의지’가 뽑은 실제 집행검은 얼마[오지현의 하드캐리]

지난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통합 우승을 차지한 NC다이노스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 형 찐이네.”

게임은 물론 야구 팬들의 고개까지 절레절레 젓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택진이형’ 김택진 엔씨(NC)소프트 대표가 구단주인 NC다이노스의 2020년 국내 프로야구(KBO)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 소식입니다. 김 대표가 ‘야빠(야구 팬)’로 잘 알려진 만큼 팬들 사이에서는 ‘찐(진짜)’이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의 ‘덕업일치(덕질과 일의 일치)’ 역사는 학창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등학교 시절 만화 ‘거인의 별’을 보며 야구를 좋아하게 됐고, 중학교 때는 빠른 볼을 잘 던지려고 팔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기도 했다. 커브볼 책을 구해 본 뒤 몇 달간 밤새 담벼락에서 혼자 피칭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 변화구 전문 투수 노릇도 했다. 변화구를 잘 던지는 롯데자이언츠 최동원 투수가 어릴 적 영웅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NC다이노스 창단식에서 이렇게 자신의 야구 덕질의 역사를 회고했습니다.



엔씨가 처음부터 꽃길을 걸었던 건 아닙니다. 당시 IT 기업, 그것도 게임 기업이 야구단을 인수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코멘트가 따라 붙었습니다. 지금보다 게임 산업 자체의 규모가 작았고, 게임에 대한 인식도 더 부정적이었을 때였죠. 거기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으로도 매년 200~300억원 규모의 적자가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엔씨가 제9 구단 창단 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당일 엔씨소프트(036570)의 주가가 6.6% 빠졌던 것도 그런 우려를 잘 보여줍니다.

‘택진이형’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엔씨는 “프로 야구단 창단을 준비하는 것은 게임업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새로운 온·오프라인 놀이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이는 ‘세상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엔씨소프트의 회사 모토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내 개인 재산만으로도 100년은 운영 가능하다”며 창단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베어스를 상대로 NC다이노스 선수들이 승리를 거두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진이형’ 앞에는 ‘통큰’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과감하게 전 직원 4,000명에게 일주일간 유급 휴가를 제공한 데 이어 선제적으로 재택근무 체제를 이끌었습니다. 또 코로나 피해 극복과 수재민 지원에 30억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 공헌에도 앞장선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김 대표의 면모는 야구단 운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일례로 그는 선수단 전원에게 자체 개발한 전략분석 시스템인 ‘D-라커’를 탑재한 태블릿 PC를 지급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데이터 야구’를 선보인 거죠. 또 지난해에는 양의지 선수를 125억원에 스카웃했고, 2016년에는 야수 역대 FA(자유계약선수) 최고액을 주고 박석민 선수를 과감하게 영입했습니다. 엔씨 팬들에게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키다리 아저씨’인 셈입니다.

지난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NC다이노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승 퍼포먼스도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주장이자 최고의 활약을 펼친 MVP(최우수선수)로 뽑힌 양의지 선수가 리니지를 상징하는 아이템인 ‘집행검’을 뽑아 들었습니다. 김 대표가 천을 벗겨 실물을 공개한 모형 집행검이었죠. 양의지 선수는 실제로도 리니지를 즐겨 플레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팬들 사이에서 ‘린의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센스있는 마케팅으로 주목받은 이 모형 검은 김 대표가 선수들의 의견을 들어 직접 은으로 제작했다고 하죠. 양의지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리니지가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얘기는 많이 나왔는데, 박민우 선수가 아이디어를 냈고 엔씨 본사에서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말했습니다. 길이 155cm에 디테일하게 장식된 모형 검은 은으로 만들어져 제작하는 데 2,000만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전해집니다.

리니지 최고의 아이템 중 하나인 진명황의 집행검. /엔씨소프트


재밌는 건 실제 게임 속 집행검이 더 비싸다는 사실이죠. 리니지 인게임 아이템인 ‘진명황의 집행검’은 구하기도, 제작하기도 어렵고 그 성능이 압도적이라 가격이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합니다. 집을 팔아야 살 수 있다고 해서 ‘집판검’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현재는 ‘그랑카인의 심판’에게 최고의 무기 자리를 내줬지만 긴 시간 동안 리니지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템이었습니다.

지난 5월에는 ‘9강(+9)’ 집행검이 탄생해 세간의 주목을 끌었죠. 9번 강화에 성공했다는 뜻인데, 한번 한번 성공할 확률 자체가 낮아 굉장히 큰 돈과 노력을 리니지라는 게임에 들였다는 증거가 됩니다. 9강 집행검이 탄생하자 엔씨 측에서 인게임 축하 상품을 지급하는 건 물론이고 서버에 유저의 동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가격은 4~5억원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엔씨소프트 경기도 판교 R&D 센터 전경. /엔씨소프트


김 대표에게 올해는 그야말로 ‘긁히는 해’입니다. 비대면 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엔씨 사업 자체도 승승장구입니다. 지난 3·4분기 실적발표에서는 매출 5,852억원, 영업이익 2,177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69% 증가한 수치입니다. 올해 연 매출 ‘2조 클럽’ 달성을 목전에 뒀습니다. ‘블레이드앤소울2’, ‘아이온2’ 등 다수 대형 신작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엔씨소프트는 ‘엔씨(NC)’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게임 기업 ‘그 너머’를 바라볼 참입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K-pop(케이팝) 팬덤을 위한 플랫폼 ‘유니버스’ 출시를 발표하기도 했죠. 인공지능(AI) 분야 전문인력만 200명 규모에 달하는 등 탄탄한 AI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어 이종산업으로 확산하기 용이합니다. KB증권과 합작해 법인을 만들고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증권사를 설립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덕업일치의 신화를 새로 쓴 ‘택진이형’이 만들어낼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즐거움을 전해줄지 기다려집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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