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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한반도24시] 중국의 ‘한반도 야망’ 드러내는 반미 선동

홍관희 전 고려대 교수

中, 美 권력 교체기 혼돈 이용

유달리 한국의 자주·독립 강조

세계 패권 위해 북한도 방패로

건전·합리적 '對中 인식' 유지를

홍관희 전 고려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대선 패배를 흔쾌히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사법기관에 ‘법의 지배(rule of law)’ 원칙이 뿌리내려 있어 트럼프의 선거 결과 뒤집기 시도에도 불구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내년 1월 출범에는 이변이 없을 것이다. 미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외교정책을 본격 개시하기까지 통상 6개월 정도 소요된다. 미국 권력 교체기의 혼돈을 틈타 중국이 한반도에서 반미 선동의 시동을 걸고 있어 주목된다. ‘민족·자주’를 지침으로 삼는 운동권이 지배하는 한국 정세와 문재인 정권의 일관된 친중 기조를 역사적 호기로 활용하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자주·평화를 키워드로 삼아 남북한 전체를 위성지대화하려 한다. 한미 동맹을 ‘냉전의 유물’이라고 폄훼해 국내 반미 감정을 유발하면서 무역 의존 심화를 지렛대로 삼아 압박해온 배경이다. 11월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반도 운명을 남북한에 맡겨야 한다며 유달리 한국의 독립·자주를 강조한 것은 다른 열강을 견제하려는 외교 수사다. 19세기 말 일·러를 상대로 했던 수법의 재활용이다.

시진핑 주석의 ‘세계 강국’ 모토는 덩샤오핑의 ‘경제 부국’ 노선에서 이탈해 마오쩌둥의 ‘반제(反帝) 건국’ 정신으로 회귀함을 뜻한다. 미국의 첨단 전략 자산에 맞서려 해상 민병대까지 창설·운용하고 다수의 미사일 기지를 해안에 배치해 반접근·지역 거부 전략을 추진함은 1930년대 유격 전술과 인민 해방전쟁 전략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전장(戰場)이 중국의 농촌이 아닌 서태평양 바다이며 상대는 부패한 장개석 군벌이 아닌 미국의 시스템화된 군대임을 시진핑은 유념해야 한다.

2017년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영구 집권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완료한 그가 민족주의·권위주의로 질주하다가 내부 불만과 분열에 직면해 오히려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 이미 적지 않은 권력 엘리트가 그의 오만함과 과도한 권력 집중 및 자유 억압에 염증을 느낀다고 한다. 댄 블루멘탈 미 기업연구소 아시아연구실장은 최근 저서 ‘중국 악몽(The China Nightmare)’에서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라이벌이기는 하나 현재 간과할 수 없는 국내 정치·경제 문제에 당면해 있으며 역설적으로 이 내부 취약성으로 인해 대외 전략이 도전적·공세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차 대전 중 궁지에 몰린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듯 난관에 처한 시진핑 정권이 자국과 동아시아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시진핑 집권 이후 8년간 무소불위의 권위주의화로 관료 조직 마비, 정치적 민주의 퇴행, 기업에 대한 통제 등 자유 시장 요소의 점진적 파괴가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권력 연장과 통제 강화에 매진하는 중국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다수결만 믿고 ‘민주적 통제’라는 허울로 법치를 파괴하고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바로 독재이며 이러한 ‘법에 의한 지배’는 전체주의로 귀결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한국전 70주년을 맞아 시진핑이 전쟁 개입을 새삼 항미 원조(援朝)에 입각한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6·25가 김일성의 남침 정복 전쟁이라는 대한민국 역사 인식의 정면 부정이자 국가 정통성에 대한 모독이다. 2010년대 초 북한의 전쟁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남북에 등거리 입장이었던 중국이 이처럼 돌변한 것은 세계 패권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북한을 대미 방패로 삼으려는 책략에서 내년 만료되는 북중 군사동맹 조약은 자동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우리의 중국 인식은 건전하고 합리적이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에 의하면 한국민의 83%가 중국에 비호감이고 시진핑의 대외 전략이 옳지 않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을 ‘특별한 위협’으로 규정했고 차기 안보보좌관에 지명된 제이크 설리번은 중국에 민주적 시스템을 갖추라고 경고하면서 동맹 복원을 강조했다. 이 와중에 미 합참의장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한국에 선택을 요구한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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