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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학번의 캠퍼스 생활] "동기끼리도 서먹...미팅·CC 꿈도 못꿔요"

비대면 강의에 학생식당도 못가봐

강의실 가도 어색해 '단절된 느낌'

반수·입대에 눈 돌리는 새내기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도 크게 바뀌었다. 대학생들이 비대면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독자




“아직 ‘학식(학생식당)’ 구경도 못한걸요. 강의실에 간 날도 겨우 2주밖에 안 돼요. 동기들하고도 서먹서먹한데 ‘CC’(캠퍼스커플)는 꿈도 못 꾸고 대학생활이 끝날까 두렵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사회를 집어삼킨 지난해 대학에 들어온 일명 ‘코로나 학번’. 캠퍼스 생활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입학했지만 왁자지껄한 선배·동기들과의 술자리는커녕 안식처 같은 ‘과 방’과 얇은 주머니로도 든든한 한 끼를 채워줄 ‘학식’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강의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코로나 학번들에게 지난 1년은 고교 시절의 연장선이었다. 학생들은 하루빨리 정상적인 캠퍼스 생활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제한된 상황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코로나 학번들의 캠퍼스 라이프는 첫 단추인 ‘새내기 배움터(새터)’부터 어긋났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수천 명이 모이는 새터가 취소됐고 학과·학부 단위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도 대부분 약식으로 진행됐다. 개강 후 시작된 강의는 줄곧 비대면 수업이었으며 동아리 등 각종 소모임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입학한 지 1년이 흘렀지만 “친한 동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 한국외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전찬희(20) 씨는 “과 동기라는 소속감도 약하고 교수님도 영상으로만 접해 단절된 느낌”이라며 “대학생인지 사이버대생인지 고등학생인지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예년 같으면 왁자지껄했을 동기 단체 채팅방에는 수일 전 올라온 단체 공지가 마지막 메시지다.

같은 대학 김정연(20) 씨는 방역 수칙 완화로 강의실에 처음 들어섰던 지난해 11월의 당혹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설렌 마음으로 도착한 강의실은 참기 어려운 어색한 공기만 흘렀다. 김 씨는 “친오빠 말로는 수업 듣고 같이 밥도 먹으러 간다던데 수업이 끝나자마자 우르르 흩어지는 동기들을 보고 허무했다”고 밝혔다.



대학 생활의 꽃이라는 ‘CC’도 아득한 시절의 이야기로 들린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니 그만큼 연애할 기회도 줄었다. 김 씨는 새내기들끼리 한다는 ‘과팅’을 본 적도 해본 적도 없다. 그는 “2학년 선배들은 동기간에 CC가 많았다고 하는데 다 소설 같고 판타지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의 익명 커뮤니티에는 대가 없이 ‘랜선 소개팅’을 주선하겠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자기소개와 원하는 이상형 등을 적어 보내면 서로 이상형이 일치하는 사람들을 주선해주는 식이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캡처.


캠퍼스 다른 편에서는 아예 새내기 생활을 접고 ‘반수’나 ‘군 입대’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동국대 신입생 정여진(19) 씨는 캠퍼스라이프를 즐기지 못할 바에 차라리 미련이 남은 대입에 재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건국대에 다니던 김태원(20) 씨도 정 씨처럼 반수에 도전해 다른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김 씨의 고등학교 동창 사이에서는 ‘반수 열풍’이 불기도 했다.

새내기들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였던 학교 앞 ‘알바’ 자리는 씨가 말랐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영업난이 지속되면서 아르바이트생 구인이 줄었기 때문이다. 서강대생 A(20) 씨는 “대학에 오면 카페 알바를 꼭 해보고 싶어 두 달 넘게 알아보고 있는데 알바 구하기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구한 일자리도 위태롭다. 학교 근처 브런치카페에서 일하는 전 씨는 카페 사정이 어려워져 출근 횟수가 주 1회로 줄면서 추가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코로나 학번’ 2년 차를 앞둔 이들에게 걱정과 함께 희망도 보인다. 김정연 씨는 “지난해에는 화상 앱도 처음이고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올해는 제한된 환경에서도 얼마든 친밀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허진·심기문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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