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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신혼부부용 주택금융상품 필요하다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





금융위원회가 40년짜리 '초장기 정책 모기지' 도입을 검토한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며 청년·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있지만 젊은 층의 소득으로 집을 소유할 수 있는 제도를 금융권 차원에서 고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2020년은 30대의 부동산 매입 열기가 뜨거웠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9만 3,784건)의 3분의 1(3만 1,372건, 33.5%)을 30대가 매입했다. 일반적으로 40~50대의 주택 구입이 많지만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이례적으로 30대가 가장 많았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뭘까. 부동산 시장은 장기 사이클을 형성하지만 현재 30대 중후반 층은 결혼 이후 줄곧 상승 국면이어서 부동산 시장 하락기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이 와중에 주택을 일찍 구입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자산 격차가 커지는 것을 보며 이제라도 주택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자본의 분배 몫이 노동의 분배 몫보다 많아진다는 토마 피케티의 주장과는 달리 주택 소유 여부가 자산의 차이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 되고 있고 이는 어느 나라나 공통된 현상이다.

전세 가격 상승과 물량 부족으로 월세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영향이 있다. 월세는 없어지는 돈인 반면 주택 구입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저축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월세 대신 무리해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다. 청약 제도가 가점제로 바뀌면서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이 가능성이 떨어지는 청약 대신 매매를 선택한 것도 이유의 하나다.



주택담보대출은 만기 전 전액 상환해야 하므로 30년 만기로 받아도 원리금 부담이 크다. 게다가 소득이 낮은 사람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인해 충분한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40년 만기는 30년 만기보다 월별 원리금 상환액이 대략 25% 정도 감소한다.

젊은 세대는 장기간 근로 활동이 가능하지만 자산 형성 정도는 낮다. 30대 가구의 총자산은 전체 가구 평균 총자산의 80% 수준으로 낮다. 따라서 생애 주기별 소득, 자산 구조에 맞는 주택 상품과 금융 상품을 선택해 젊은 신혼부부들이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대출 조건을 완화해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무리한 대출은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켜 생활의 질을 낮추고 출산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리 상승 시 가계 부채 부실화 우려도 존재한다. 생애 주기 소득을 고려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서울시에서 제안한 지분 적립형 분양주택도 소득은 있으나 자산이 부족한 젊은 층의 특성에 부합하는 상품이다. 생애 주기별 소득, 자산 특성에 맞는 다양한 주택 금융 상품이 마련돼 전세 수요가 자가 수요로 이동하는 것을 지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쓰도록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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