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이 연내 국내 주식 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탈탄소 시대를 맞아 친환경 기술이라는 든든한 지렛대를 마련하기 위한 ‘실탄’ 확보에 나선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연내 약 20%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최대 1조 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투자 자금은 앞으로 5년간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친환경 선박 개발과 생산 설비 구축 등에 쓰일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그룹 내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투자로 저탄소 시대를 대비한 친환경 선박·스마트십 개발과 이중 연료 추진선 고도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친환경 선박의 핵심인 연료전지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과 기술 투자도 함께 추진하고 친환경 선박 건조와 시설 투자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반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친환경 선박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탈탄소 정책 강화 기조로 친환경 선박의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이중 연료 추진선을 넘어 암모니아 및 수소 추진선 등 미래 기술들에 대한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탈탄소를 위한 장기 여정에서 LNG 추진 선박은 중간 단계로, 궁극적으로는 암모니아·수소 등 아예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연료를 쓰는 선박을 필요로 한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소들은 이런 모멘텀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술 개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최대 경쟁자인 중국이 만들지 못하는 선박 기술을 확보해 앞으로 10년 먹을거리를 챙기려는 것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불확실한 위기 속에서는 기술만이 미래를 여는 유일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이 상장을 결심한 데는 올해 조선 업황의 회복세가 본격화한 점이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의 조선 해운 시황 분석 업체인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을 지난해 대비 약 21% 증가한 2,380만 톤(CGT·974척)으로 예상했다. 또 오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 평균 3,510만 톤(1,552척)의 선박 발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인 해상 운임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5일 2,885를 기록, 지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조선 산업의 패러다임은 이미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친환경 기술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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