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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모뉴엘 사태 그 후

노석환 관세청장





오션스 일레븐으로 유명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시크릿 세탁소’라는 영화가 있다. 옷이 아니라 자금 세탁을 도와주는 파나마 소재의 조세 회피 전문 법률회사에 대한 실제 얘기다. 지난 2015년 익명으로 1,150만 건의 기밀문서들이 독일의 한 언론사에 제보된 것을 계기로 전 세계 여러 매체가 1여 년간 취재한 끝에 조세 회피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전 세계의 정치 지도자와 경제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이 고객에 포함됐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00명을 훌쩍 넘는 기업인 등도 들어 있어 큰 파장을 낳았다.

자금 세탁은 무역 거래를 이용해서도 이뤄진다. 관세청은 2014년 초대형 무역금융 사기 사건을 적발했다. 1만 원도 안 되는 반품된 전자 제품을 250만 원짜리로 속여 가짜 수출 실적을 만들어낸 뒤 은행으로부터 3조 2,000억 원의 대출을 받은 사건이었다. 이른바 사기로 몰락한 벤처 신화 ‘모뉴엘’ 사태다.

이 사건 이후 관세청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시중 은행 등 금융기관들로부터 받은 대출 심사 정보와 의심 거래 정보를 수출 통관 및 외환 자료와 연계 분석해 사기 대출을 막는 체계를 만들었다. 은행도 관세청이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해 수출 가격 조작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 수출입 지원을 위한 정부 보조금을 기업들이 부당 수령하지 못하도록 정보 교류 및 단속 활동도 확대·강화했다.



지난해 무역 기반 경제 범죄 집중 단속에서는 국민이 십시일반 부담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빼돌릴 목적으로 수입 가격을 고가로 조작한 업체도 적발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포함하면 관세청 추계로 6,500억 원가량의 건강보험 재정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수입 업체 등으로 넘어갈 뻔했다. 끊임없이 수법이 진화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관세청은 조직과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혁신해나가고 있다. 2018년 서울세관에 조사2국을 신설해 국세청·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과 정보 공유 및 합동 단속을 강화한 데 이어 2019년부터 2년에 걸쳐 수출입·외환, 기업 정보 등의 빅데이터 분석으로 범죄 위험을 찾고 인공지능으로 위험을 분석하는 시스템도 개발해 허위 수출 및 사기 대출 업체를 적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생성된 대출 심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금융권에 공유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모뉴엘’ 사태 당시 관세청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수작업해야 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변화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에 무역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관세청은 수출입 가격 및 기업의 위험 정보를 유관 기관, 금융권 등과 공유함으로써 무역 공정 질서를 확립하고 무역금융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일조해나갈 것이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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