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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는, 정권을 잡지 못한 게 福이라고?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열린책들 펴냄





“약간 비비 꼬인 심정으로 말하자면 정권을 잡지 못한 것도 그들(좌파)의 복일지 모른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1932~2016)는 2015년에 쓴 ‘좌파와 권력’이라는 글에서 150년 넘게 반대 세력으로 살아온 유럽 좌파의 역사를 되짚으며 “좌파는 항상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했고, 그런 자신이 스스로 정당하다고 느꼈다”면서 “좌파는 영원히 세포 분열의 운명을 타고난 세력”이라고 썼다. 그는 “좌파는 ‘예’라고 말하는 순간 도덕적 순수성을 잃어버린다. 그 순수성 때문에 그들은 늘 패배했지만 권력의 유혹을 고집스레 이겨 낼 능력은 갖출 수 있었다”는 말을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새 책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은 이런 식으로 날카로운 주제를 에코식의 따뜻하고 솔직한 유머로 풀어낸다. 지난 1985년부터 로마의 시사 잡지 ‘레스프레소’에 ‘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칼럼을 연재한 에코의 칼럼 상당수가 책으로 출간됐는데, 이번 신간은 2000년 이후 타계 직전까지 쓴 칼럼을 중심으로 담고 있다.



‘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에서 에코는 “그 나라에는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보통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배를 불리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정직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고 썼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의무가 뭔지 몰라 일일이 지시 내려 주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필사적으로 찾는 나라는 불행하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바로 그것이 ‘나의 투쟁’에 담긴 히틀러의 이념이었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국가·이데올로기·정당의 위기와 함께 개인이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유동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더불어, 정치·사회·종교·예술·인터넷 등 세상 곳곳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는 트위터를 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베끼는 방법’ 등 현대사회의 최신 풍속도까지 겨냥하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1만4,8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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