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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곳간지기 유감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 재정의 역할을 둘러싸고 여권 대선주자들 간 신경전이 가관이다. 먼저 줄기차게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주장해 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적극적 재정 지출에 부정적인 기획재정부를 맹비난했다. 정세균 총리는 방역 관련 영업제한 명령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손실보상 제도화에 소극적인 기재부에 대해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며 화를 냈다. 그나마 이낙연 여당 대표는 이 지사와 정 총리를 싸잡아 “곳간지기인 기재부를 구박한다고 뭐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두둔했지만 ‘곳간지기’란 말이 귀에 거슬린다.

기재부는 전제 행정 부처 가운데 가장 우수한 엘리트 관료들이 모인 곳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대한민국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사령탑으로서 구성원들의 자부심도 매우 크다. 그런 기재부가 이 정부 들어 동네북으로 전락한 데는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 코로나19는 초기부터 우리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중에서도 경제에 대한 타격이 가장 컸다. 당연히 경제사령탑 기재부의 강한 지도력이 요구됐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코로나19 발발 초기 재난지원금과 관련,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의도가 실린 여야정치권의 보편지급 주장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처음에 거세게 반대하다 정치인 총리 한마디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최근 자영업자들의 손실보상 논의에서도 기재부의 태도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영업제한 명령은 전체를 위해 무고한 일부를 희생하는 정부의 선택인 만큼 우리 헌법의 법치국가 원칙 상 그 일부의 손실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고, 따라서 기재부는 이재명 지사류의 보편지급 주장은 단호히 거부하되 재정 한계 내 자영업자 손실보상은 수용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재정건전성 얘기만 반복하며 고집부리다 최근에 와서는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또 물러섰다. ‘홍두사미’란 별명이 괜한 게 아니다. 비록 경제부총리가 이 정부 인사들이 얕잡아 보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일지라도 원칙에 입각한 결연한 태도를 보였더라면 다른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분명 정치권의 잘못도 크다. 장기간 영업제한 명령으로 생존조차 위협 받는 자영업자들의 실태도 모른 채 선심성 보편지원을 주장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너무도 철저히 실천해 현실과도 거리를 둔 정치인들도 문제다. 영업제한으로 인한 손실보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연간 국가 1년 예산의 2배가 넘는 초현실적 보상을 주장하는 용감한 정치인들 역시 문제다. 정책 결정권이 관료로부터 의회로 이전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 해도 이런 무개념 정치인들이 기재부를 밀어내고 혈세를 주물럭거리는 상황은 개탄스럽다.

기재부를 그저 지출관, 잘 봐줘야 곳간지기 정도로 취급하는 정치권의 인식도 유감이고, 그런 취급 받아 마땅하게 처신하는 곳간지기 기재부의 모습도 유감이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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