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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부동산 정책으로 세수 늘리기, 현실화됐다

법인세 16.7조원 줄었지만 자산 관련 세금 14.8조원 늘어

부동산·증시 호황 없었다면 대규모 세수 펑크 발생했을 것

올해도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인상, 부동산 세수 더 늘듯





세금을 걷는 정부 입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예상치 못한 악재였습니다. 생산과 소비의 위축으로 주요 세목인 법인세·부가가치세가 모두 줄게 됐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의 ‘2020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특히 경기 변동에 민감한 법인세는 전년 대비 16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전체 국세 수입은 약 8조원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7일 오전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 /연합뉴스


대규모 ‘세수 펑크’ 방어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었습니다. 집값이 오르고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더 걷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양도소득세는 23조 6,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 5,547억원(46.9%)이나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주택 거래량은 202만 2,000가구로 전년 대비 29%나 증가했죠.

종합부동산세는 전년 대비 9,293억원 증가한 3조 6,006억원이 걷혔습니다. 정부가 취득·보유·거래 등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강화하면서 상속·증여가 늘어난 결과 상속·증여세 실적도 10조 3,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 462억원(24.6%) 증가했습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또 큰 역할을 했던 것이 ‘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주식 열풍이었습니다. 증권 거래 대금이 1.5배나 늘어나면서 증권거래세 실적도 전년 대비 4조 2,854억원(95.8%) 늘어난 8조 7,587억원에 달했기 때문이지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증가분에 증권거래세 증가분까지 더하면 15조원에 육박합니다. 법인세 감소분(-16조7,000억원)을 상쇄하는 규모입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들 세목은 정부 예측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걷혔기 때문입니다. 정부 예상보다 양도소득세는 35.9%, 증권거래세는 77.5%가 더 걷혔습니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정책으로 세수를 늘리는 상황이 꼭 바람직하진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올해 부동산으로 인한 세수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부는 종부세 최고세율을 3.2%에서 6%로 올렸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시세차익을 못 보게 하기 위해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은 30%포인트(3주택 이상) 인상해 최고세율을 72%로 만들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기 전 다주택자 매물이 상당 부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정부가 실물경제를 살리기보다 부동산 정책으로 세수를 올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부자 증세를 하면 속시원해 하는 국민들 때문에 표가 올지 모르지만 경제는 망하게 된다”며 “돈을 버는 얘기는 안 하고 쓰기 위해서 보편적 재난 지원금 같은 얘기만 하고 있으니 큰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세수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재정 지출 압박은 강해지고 있습니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거의 확실시된 상황입니다. 세수가 한정된 가운데 추경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 정부는 국가 채무 1,000조원 돌파 시점을 내년으로 예상했지만 이대로라면 올해 1,0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형수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은 10%의 고소득자와 몇몇 대기업이 세금의 70~80%를 부담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복지 재원도 조달해야 하고 재정 부담이 계속 커질 텐데 특정 계층, 특정 규모 기업들에 대한 세금만 계속 늘어나는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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