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국방장관 화상회의를 앞두고 유럽에서 미군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미국이 진행 중인 '전세계 병력태세 검토'(Global Posture Review)에 따른 향후 결정은 동맹과 밀접한 협의 하에 시행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며 동맹의 가치를 경시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관계 강화에 다시 힘쓰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드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현재 정부는 전세계 병력태세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철군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앞서 발표한 독일 주둔 미군의 철수작업을 이미 중단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병력태세 검토 결과에 따른 그 어떠한 결정도 동맹과 밀접한 협의 하에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장관은 오는 17~18일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 화상회의에서 동맹 간 협력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외국과 관계를 맺을 때 외교가 최우선 수단이 돼야 하며, 동시에 모든 행동과 결정은 유리한 위치에서 나와야 한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해 공동이익을 수호하고 서로가 공유하는 가치를 널리 확산시키는 게 국방부의 역할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로이드 장관은 "간단히 말해 혼자선 책임을 수행할 수 없고 그러려는 시도도 하지 말아야 한다"라면서 "우리는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팀의 일원으로 있을 때 가장 강하다고 믿는다"라면서 "우리의 동맹관계와 파트너십은 경쟁국들이 필적할 수 없는 전략적 이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팀은 모든 구성원이 신뢰받고 존중받을 때야만 성공하는데, 우리 동맹 팀원들은 항상 존중받는다고 느끼진 않았다"라면서 이 때문에 자신이 취임 직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동료 나토 회원국,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국 당국자에게 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다시 이끌 것이고, 우리는 다시 좋은 팀원이 될 것이란 사실을 그들이 알았으면 했다"라고 전했다. 또 "동맹은 짐이 아니며, 개별국의 안보와 집단적 안보 모두에 이익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임 행정부 당시 미국의 '나홀로 행보'에서 탈피해 다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질서 회복에 전념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로이드 장관은 또 "2021년은 나토 동맹국들이 국방 예산을 7년 연속으로 증액한 해"라면서 "일부 국가는 추가 증액을 해야만 하지만, 대다수가 의무를 다하거나 뛰어넘는 모습을 보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재임 중 줄곧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확연히 결이 다른 발언이다.
로이드 장관은 "더 평화롭고 번영하는 미래를 얻으려면 리더십과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고, 서로에 대한 철통같은 헌신을 통해 군사적으로 강한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미국은 이런 헌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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