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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한미일 3각 협력, 국가 안보 근간이다

홍관희 전 고려대 교수

정부, 민족 감정 차원 대일관계 접근

남북 反日공조위해 안보 희생한 셈

한미 연합 방위, 日 협조없이는 불가

결자해지 자세로 한일관계 복원을

홍관희 전 고려대 교수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며 리더십 복원을 선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 전략 목표가 중국·러시아·이란·북한 억제와 다자 외교를 통한 동맹 강화로 구체화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대만 수호 의지를 다지면서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필수 정책 수단으로 파악한다. 현재 미국 동북아 전략의 최대 장애물은 한일 불화다.

돌이켜보면 한일 관계가 결정적으로 악화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은 해방 후 한일 관계의 초석이 된 ‘1965 청구권 협정’을 뒤집었고, 2015년 가까스로 합의에 도달한 위안부 협정은 일방적으로 파기됐다. 한국은 졸지에 국가 간 합의를 손바닥처럼 뒤집는 ‘약속’ 개념이 없는 나라가 됐다. 물론 과거사 갈등은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수정주의에 귀책 사유가 있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와 위안부 동원을 사죄한 고노 담화가 아베 정권 때 변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권 초기 극우 성향을 보였던 아베조차 2015년 합의에서 위안부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대일 관계를 근본적으로 민족 감정 차원에서 인식한 것이 화근이다. 양국 군사정보 교류(GSOMIA)조차 사실상 중단함으로써 남북한의 반일 공조를 위해 안보마저 희생했다는 비판을 듣는다. 우리는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면서도 한미일 3국 협력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 불가결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치의 죄악을 참회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일본의 미온적인 과거사 반성을 비판하면서도 자유민주 체제로 변모한 일본과의 협력을 돈독히 했다. ‘안보·과거사 분리’ 입장의 전형이자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다.

미국은 진주만을 공격한 구원을 씻은 듯 털어내고 일본을 동아시아에서 최강의 파트너이자 지역 맹주로 키운다. 일본은 최초의 원폭 투하를 당한 치욕을 뒤로 하고 자진해 미국과의 집단자위권을 합법화했다. 2014년 전수 방어 헌법 조항을 유권해석으로 변경해 미국이 침략당할 경우 함께 싸울 것을 약속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난달 28일 전화 통화에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열도가 미일 방위조약 적용 대상임을 선언한 2015년 미일 공동 성명을 재확인했다. 중국과의 전쟁 시 공동 방위 결의를 다진 것이다. 현재 미일 전략 동맹은 한미 혈맹보다 훨씬 견고하다. 과거는 오직 기억 속에 존재할 뿐 실재하는 것은 현재의 삶이라는 토머스 홉스의 경고를 되새겨야 한다.



우리 안보의 근간인 한미 연합 방위는 군사 구조상 일본의 협조 없이 원활한 가동이 어렵다. 한일 갈등은 한미 동맹에 독약과 같다. 동맹이 균열하면 핵무장한 북한에 대한민국이 복속될 수 있다는 전 연합사령관의 경고는 기우가 아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는 외교부 장관은 한반도 현실을 모르는 다른 나라 사람 같다.

현 집권 세력의 반일이 ‘숭중사대(崇中事大)’ 도그마에서 연원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미국은 한일 갈등이 수습되지 않으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고 그것이 일본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중국에 경도된 한국이 유사시 동맹국으로 남아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중 양다리 전술이 바이든 시대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미국은 ‘선의의 중재’ 역할을 자임하며 한일 관계 회복을 최후통첩 톤으로 압박한다.

그럼에도 한일 관계에 임하는 정부 태도는 오락가락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정부의 공식 입장임을 밝히고 강제 징용 문제에도 국내법 집행보다는 외교적인 해법을 언급해 유연함이 기대됐지만, 19일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선 입장을 번복했다. 중요한 안보·외교 어젠다를 정치적 목적의 말 잔치로 포장하면 불신을 가중하고 역풍을 불러올 뿐이다. 결자해지의 진지한 자세로 한일 관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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