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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분석
취업자 100만명 증발했는데··· 경제지표 착시에 빠진 文정부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분배지표 악화… K자형 양극화의 민낯

반도체 호황에도 제조업 평균가동률 22년 만 최저 '악전고투'

'재정 퍼붓는 일자리' 벗어나 민간 고용·투자 늘릴 길 터줘야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의 핵심 상권 중 하나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가의 점포에 불이 꺼진 채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수출 호조 등 국가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진단했다. 앞서 신년사에서도 “지난해 우리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성장률을 보였다”며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하지만 우리 경제지표는 물론 실물경제 상황도 역대 최악이다. 그나마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올해 성장률이 3%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지난해 역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비대면 경제 회복의 착시 현상이다. 반도체로 지탱하는 성장률만 믿다가는 ‘고용 없는 성장’ 속에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통과 기준 수출액 잠정치는 30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다. 우리 수출에서 2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27.5% 늘어난 효과가 컸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5,127억 달러)을 봐도 전년 대비 5.4% 줄어든 것이 반도체를 제외하고 비교하면 7.8%로 감소 폭이 커진다. 특히 부가가치 비중이 높은 반도체로 산업 전체가 수익을 올리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2019년 기준 반도체의 출하액 기준 부가가치 비중은 67%로 87조 원에 달한다. 반면 자동차 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28%, 화학 산업은 31%에 불과하다. 이인호 전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과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정보기술(IT) 산업의 수요가 늘어난 덕이지 정책 효과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인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는 앞으로 투자와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별 지표들은 K자형 양극화의 민낯을 드러낸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년 전보다 1.9%포인트 하락한 71.3%로 2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어도 소득분배 지표는 두 분기 연속 악화했다. 특히 정부 지원금 효과를 제거한 시장 소득 5분위 배율은 7.82배로 1년 전(6.89배)보다 1배포인트 가까이 확대됐다. 사업소득은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끊이지 않고 100만 취업자 증발이라는 고용 한파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타격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래쪽에서는 아직도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서울경제 DB


문재인 정부와 여권이 경제지표의 착시에 빠져 자화자찬을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빠르게 침체되고 있던 우리 경제가 기저 효과에다 현금 뿌리기에 반짝 하는 모습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 효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수출지표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수출 비중의 40%를 넘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양에 따른 반사이익을 받았을 뿐이다. 수출 다변화를 위해 그렇게 공을 들였던 신남방 국가들에 대한 수출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업종(반도체·자동차)과 제품에 국한된 수출 증가도 착시다.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을 탄다고 하지만 일부 제품들은 비대면 경제 확대에 따른 일시적 상승 효과를 누리는 데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착시는 분배지표다. 통계청의 ‘2020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1분위 소득은 월평균 164만 원으로 전년 대비 1.7% 상승했다. 1분위 근로소득은 59만 6,000원으로 13.2% 감소했지만 재난지원금·연금 등 이전소득이 54만 3,000원 늘어나며 감소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 정책에 의한 소득분배 개선 효과도 40%로 재정이 불평등 악화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소득분배가 더 악화될 게 뻔한데도 말이다.



실제 지난해 1분위의 이전소득은 크게 늘었다. 2019년 4분기 63만 2,000원이던 1분위 이전소득은 지난해 1분기 69만 7,000원으로 증가했고 전 국민에게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2분기에는 99만 6,000원까지 늘었다. 2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후인 3~4분기에도 70만 원대 이상을 유지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재정으로 떠받치던 고용 시장이 지난달 ‘공공 일자리 착시’가 사라지면서 급속히 악화한 점은 재정의 지속 불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약 100만 명 감소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취업자 수가 동시에 줄어든 것은 지난 1998년 12월 이후 약 22년 만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수출은 반도체 경기의 호조로 좋아질 수 있겠지만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이 코로나19 이후로 회복되지 않고 있어 내수 침체가 우려된다”며 “코로나19가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가 경제 회복’을 자신했지만 국내 제조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통계청의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018년 73.8%에서 2019년 73.2%, 지난해 71.3%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제조업 재고지수(2015년=100)도 2019년 108.9에서 지난해 110.4로 늘었다.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조업의 어려움은 고용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의 ‘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만 3,000명 줄었고 지난해 11월 감소 폭은 11만 3,000명까지 커졌다. 연간 제조업 취업자 수도 2016년 -2만 1,000명, 2017년 -1만 8,000명, 2018년 -5만 6,000명, 2019년 -8만 1,000명, 2020년 -5만 3,000명으로 5년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지난해보다는 개선되고 있지만 일부 수출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은 과거와 같은 매출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정부의 임시 일자리로 고용을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경제를 정상 궤도로 올리려면 결국 기업이 투자·고용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줘야 하는데, 지난 4년간은 좋은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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