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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부동산 정치'... 은성수의 '가계부채 규제 원칙' 무너지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국내 은행 CEO와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현안과 관련해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금융위원회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설익은 대출규제 완화책을 쏟아내고 있다. 실수요자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의 우대를 늘리겠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50년 모기지에 국가보증제까지 얹었다. 선거판이 수세에 몰리자 청년층의 표심을 움직이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위험신호가 울리고 있는 가계부채를 희생양 삼으려는 여당에 맞서 금융당국이 ‘총량 관리’라는 대책의 원칙을 지킬 수 있을 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량 관리’가 원칙… DSR 규제 어디까지 죄나


올초 업무계획 등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예고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두 마리 토끼 잡기’다. 우선 첫 번째 토끼는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옥죄는 것이다. 대출 규제의 중심축이었던 DTI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완전 대체하고, 평가의 단위도 은행에서 개인 차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개인 차주별로 적용되는 DSR은 40%다. 쉽게 말해 연소득이 4,000만 원인 사람인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원금과 이자의 합이 연 1,600만 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월평균으로 133만원 가량이다.

지금껏 금융당국은 DSR 기준을 금융기관별로 적용해 왔다. 개인은 LTV와 DTI 규제만 받아왔다. 시중은행의 경우 평균 DSR이 40%를 넘지 않도록 전체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한다. DSR이 70%를 초과하는 대출의 비중도 15%를 넘어설수 없다. 90% 초과 대출 비중도 10%에 묶여있다. 집값이 급등세를 보였던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금융당국이 대책 발표를 통해 마련한 일종의 ‘안전판’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예외적으로 DSR 40% 규제를 받는 개인도 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와 연소득이 8,000만 원을 넘어서는 소득자가 1억 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을 때다. 이처럼 DSR 규제를 받는 개별 차주의 범위를 넓혀 늘어나는 가계부채의 고삐를 틀어쥐겠다는 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는 대원칙이다.

실제로 가계부채는 위험수위에 올라서 있다. 총량도 문제지만 늘어나는 속도도 여전히 가파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1,726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75.5%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1%포인트(p) 증가했다. 평균 DSR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5.7%다. 통상 선진국에서는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DSR의 평균치를 30%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과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도처에서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실물경제 수준과 가계 부채 증가 격차를 나타내는 가계신용갭는 5.9%포인트다. 카드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2002년 4분기(7.4%포인트) 이후 최고치 기록이다. 국제결제은행(BIS)도 한국의 가계부채 위험이 사상 최고라는 경고를 보낸 바 있다.

4월 발표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DSR 40%가 적용되는 개별차주의 범위가 대폭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꾸준히 DSR을 강화하겠다는 발언을 이어왔다.

실수요 ‘핀셋’ 규제완화… 50년 모기지 국가보증제까지


두 번째 토끼는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예고한 내용은 대략 이렇다. 당장의 소득이 크지 않은 청년층의 경우 미래예상 소득을 감안할 수 있도록 DSR 산정방식을 바꾸겠다는 것. 전체적으로 총량을 관리하는 규제책을 내놓되 청년층 등 실수요자에게 이 규제 강화의 칼날을 피할 수 있게 해주게 목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무주택자에게는 LTV와 DTI 규제를 10%p 완화 적용하고 있다.



유력한 방안은 이 10%p의 우대 폭을 15%p 안팎으로 높이는 것이다. 대상은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의 무주택자다. 일각에서는 일정 요건을 갖춘 이주 수요가 있는 1주택자까지 대상이 될 수 있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최대 30년인 정책모기지 상품을 40년까지 늘리겠다는 것도 방안 중 하나다.

문제는 여당에서 이같은 규제 완화책을 뒤늦게 선거전에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장기 무주택자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DSR 40%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채찍’은 등장하지 않았다.



설익은 대책도 나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대국민 호소 및 긴급 기자회견에서 50년 모기지 국가보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엔 KBS 라디오 인터뷰에선 정부와 교감이 있었다는 발언도 내놨다. LTV·DTI 규제를 놓고는 "청년이나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한테는 이를 획기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50년 모기지 국가보증제를 시행할 경우 필요한 재원의 규모나, 이를 위해 발행할 주택저당증권(MBS)이 금융시장에 어떤 충격이 있을 지 등 부작용을 흡수하는 방안에 대한 설명은 쏙 빠졌다.

선거용 여당 대책 현실화 가능성 높아… “상반된 시그널 위험”


실제 여당이 앞서 내놓은 규제완화책이 향후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담길 가능성은 높다. 한 정부부처의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책 함수’에서 정부여당의 입김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도 여당 대표가 내놓은 50년 모기지 국가보증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은 위원장은 1일 “(50년 모기지도)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발언에 앞서 “보통 7~10년 정도 되면 집을 갈아타는 데 그 사이 모인 돈으로 기존 대출을 갚고 새 집으로 옮긴다.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40년 모기지 얘기한 것”이라며 “50년 작동할 수 있다면 더 쉽게 싸게 (내집마련) 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금융당국이 총량관리라는 가계부채의 원칙을 얼마나 지켜내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수요자를 위한 ‘핀셋’ 규제 완화의 범위가 확대될 수록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위해서라도 전체적인 대출 규제는 세질 수밖에 없다. 총량 관리에 실패하면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도 더 커진다.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 완화가 주택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수요층을 늘리면서 주춤하던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가계부채의 부실을 어느정도 떨어낸 해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20여년간 가계부채의 부실 압력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며 “DSR 기준을 30%로 낮추는 수준의 강력한 방안도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계대출을 늘리는 규제완화책을 포함시켜 상반된 시그널을 보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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