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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美 글로벌 조세 질서 재편과 한국의 대응

■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법인세율 하한·매출연동과세 등

美 잇단 제안 실현 가능성 높아져

韓, 규제 탓 기업들 해외로 떠나

국익 중심 조세 체계 개편 시급

김태기 단국대 교수




조세 제도의 허점 때문일까. 국익 우선 때문일까. 지난 1월 말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구상에 이어 기업의 생산과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세금 질서도 바꾸는 제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법인세 인하 경쟁의 하한선(21%)을 도입하자는 것과 본사 소재지가 아니라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자는 것 등이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의 도입 이유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는 물론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각국의 조세 경감 경쟁을 막자는 것이다. 법인세를 아예 물리지 않는 작은 나라에 본사를 두거나 생산과 판매 거점이 다른 것을 이용해 세금을 줄이는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다. 발생국에서의 매출 연동 과세는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는 구글 등 정보기술(IT) 플랫폼 대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는 디지털 세제의 도입을 수용하되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삼성 등 글로벌 제조 대기업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제안에 독일·프랑스 등과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찬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각국의 조세 주권주의와 배치되고 신흥국의 해외 자본 유치를 저해한다. 발생국의 매출 연동 과세는 이중과세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법인세율의 하한선이 너무 높고(OECD는 12.5%) 매출 연동 과세를 제조업으로 확대하는 데 선진국 내부에서 이견도 있다. 게다가 중국이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관행을 의도적으로 이용하기에 미국의 제안에 동의할지 미지수다.

시간은 걸리지만 미국의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유럽이 주도하는 탄소 국경 세제와 디지털 세제에 대해 반대에서 찬성으로 방향을 틀었고 미국과 유럽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경제 손실이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 재정 지출을 최대한 늘려야 할 동병상련의 처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조세 질서 개편은 재정 건전성을 뛰어넘는 문제다. 미국은 코로나19 사망자가 57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고 실업률은 한때 16%까지 치솟자 2조 3,000억 달러의 사회 간접 자본 투자를 계획했고 이를 위해 법인세를 21%에서 28%로 높이려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 투자는 줄고 해외로 자본과 일자리는 유출되기에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이를 사전에 막고 자국 기업의 미국으로 복귀(리쇼어링)를 촉진하는데도 유용하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에 대항해 글로벌 공급망의 재구축 등 산업 생태계를 다시 짜고 있다. 매출 연동 법인세는 반도체 등 글로벌 첨단 기업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데 유용할 수 있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많은 외국 기업은 세금 부담이 늘기 때문에 미국 기업화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미국이 자국 생산으로 고용이 느는 만큼 인센티브를 주면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는 늘어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법인세율(25%)이 높아 글로벌 최저 법인세의 충격은 크지 않고 중소기업은 예외 조항이 따를 것으로 보여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출 연동 법인세는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촉진할 것이다. 쿠팡의 미국 상장에서 보듯이 과도한 규제가 기업이 한국을 떠나도록 밀어내고 있어 더 그렇다.

정부는 글로벌 조세 질서 개편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 보인다. 지금이라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법인세 제도의 허점 보완은 부분적 이유이고 국익 확장이 핵심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글로벌 추세에 발맞추되 조세 체계를 국익 중심으로 개편하고 ‘우리 기업은 우리가 지킨다’는 각오로 탈규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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