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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맹 네트워크 이탈 땐 中 강압·北核 위협서 보호해줄 나라 없다” [청론직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전략적 모호성’ 내세운 親中 행보 미국에 의심만 살 것

美 주도 ‘쿼드’ 참여하되 中 자극 않도록 조심하는 게 중요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이벤트에 신경 쓰다보니 내용 부실화

북한에 끌려가기보다 한국을 필요로 하는 상황 만들어야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반도체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직접 나서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를 독려했다. 중국도 최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에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 협력을 요구했다. 미중 갈등 격화로 한국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더라도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로부터 섣불리 이탈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이 동맹으로부터 일탈한다면 중국의 강압 외교나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거나 지원해줄 국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관여와 확산 정책으로 난국을 타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로 유명한 신 센터장을 14일 만나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가 어떤 외교안보, 남북 관계 전략을 펴야 할지에 대해 들어봤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1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쿼드 같은 미국 주도 동맹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되 그 안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며 중국의 압박을 해소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가 더 요동치고 있다.

△21세기 들어 미중 관계와 북한·일본 변수들이 한반도 정세를 좌우해왔다. 최근에는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북한의 핵 능력 강화,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한국의 대외 환경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북중 관계와 북러 관계는 강화되고 있는 반면 한미 동맹이나 한일 관계는 과거와 같지 않아 우리의 외교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구한말과 최근 정세를 비교한다면.

△구한말에는 중국이 조선의 종주국 역할을 했지만 쇠락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침략을 받았고 일본과의 싸움에서도 졌다. 청일전쟁·러일전쟁 후에는 조선을 도와줄 수 있는 나라들이 없었다. 강대국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고 우리 국력도 훨씬 강해졌다. 이를 잘 활용하면 구한말과 같은 혼란을 피할 수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이 ‘신냉전’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동의한다. 세계가 국가 대 국가의 1 대 1 대결이 아니라 진영의 블록화로 인해 세력 대결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은 자유주의 국가들 간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첨단 기술 시장에서 중국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 북한,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 아프리카·중남미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마치 냉전 당시 자유 진영 대 공산 진영의 대립 구도와 유사한 형국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가치가 다른 중국의 도전을 물리치는 것을 외교의 기본 과제로 설정했다. 군사·경제적으로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차단하려 할 것이다. 기술 격차를 유지해 중국에 대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미국 주도의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는 동맹국들에도 첨단 기술을 이전해주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중국의 국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머지않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 개발도상국으로서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크고 14억 인구의 내수시장 확보로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종합 국력이 미국을 추월하려면 적지 않은 도전 요인이 있다. 도농 격차와 지방정부·민간 부채 등 경제문제들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이 지향하는 가치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군사력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지정학적으로도 주변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은 미국에 비해 불리한 편이다.

-미중 패권 전쟁을 중국의 명청(明淸) 교체기와 비교하는 시각이 일부 있는데.

△정세를 잘못 보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청나라가 명나라를 이길 힘이 있었고 그러한 세력 전이가 가시적이었기 때문에 조선이 전략적 모호성을 쓰거나 청나라 편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중의 세력 전이가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중국은 기술력 차이와 내부 문제 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언제라도 주저앉을 수 있다. 세력 전이 프레임으로 본다면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한미 동맹만 훼손할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의 선택이 제한받고 있다.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로부터 섣불리 이탈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이 밀려나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친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동맹을 맺은 우리가 산술적 중립을 취한다면 미국은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지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같은 동맹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되 그 안에서 중국을 너무 자극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면서 중국의 압박을 해소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쿼드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중국이 ‘한한령(한류제한령)’을 해제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적극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냉전이 끝난 후 클린턴 정부가 펼친 ‘관여와 확산(engagement and enlargement) 정책’을 우리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 개입으로 국익을 극대화하자는 접근법이다. 우리는 패권 경쟁을 하는 미중의 눈치를 보면서 자꾸 움츠러들고 있다. 미국이 만든 협의체든, 중국이 만든 협의체든 우리 국익과 부합하면 가입해 그 안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안보에서는 미국, 경제에서는 중국과 주로 협력하자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이 아직도 유효한가.

△미국 주도의 안보 네트워크에서 이탈하면 미국의 첨단 기술을 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변화하는 기술, 시장의 흐름 등을 보면서 국익에 맞는 접근을 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의 거부로 공전만 하게 될 것이다. 올해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단계적 비핵화, 핵시설 신고 제안 등 새 대북 정책을 내놓겠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적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먼저 해줄 여지도 거의 없다.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고 해도 보상받은 후 시간을 끌다가 다시 핵 개발로 돌아서는 등 과거와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이다. 중국도 김정은 정권을 과도하게 압박하지 않고 북한을 관리하려고 할 것이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파키스탄처럼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를 인정받는 것이 북한의 목표다. 제재만 해제되면 파키스탄처럼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때로는 대화 모드로 압박을 피하고 때로는 대화를 거부하며 핵 능력을 향상하려 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핵을 보유했고 이제 핵 보유를 굳히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어떤 북핵 폐기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다만 북한의 핵 확산을 경계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단계적 비핵화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적으로 당분간 북핵 폐기가 어려울 것이므로 인권 문제 제기나 정보 유입 추진 등으로 서서히 북한을 변화시키려 할 것이다.

-우리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외교안보, 남북 관계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비핵 평화의 원칙을 견지하고 중견국으로서 국제사회에 기여하면서 국격을 지키는 외교가 필요하다. 미중 패권 경쟁과 관련해서는 신중하되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중국의 압박을 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남북 관계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지만 북한의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도발이나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요구에 끌려가기보다는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강화를 통해 북한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 남북 교류 협력은 정상회담과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속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벤트로 포장하는 것에 신경을 쓰다 보니 실질적 내용이 부실해졌다. 정상·고위급 회담 개최에 외교 역량을 쏟다 보니 북한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또 핵 문제를 미북 간의 문제로 보고 종전 선언과 같이 형식적인 문제에 매달렸다. 결국 남북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실패로 귀결됐다. 인도적 대북 지원이나 북한 인권 개선은 이뤄내지 못하고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비난받는 상황만 자초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3발 탑재가 가능한 3,000톤급 잠수함 건조 작업을 완료했다는 분석이 한미 정보 당국에서 나왔는데.

△이미 북한이 보여준 단거리 미사일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할 경우 방어가 어렵다. 더구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술 핵미사일이라면 한국의 안보에 치명적이다. 북한이 SLBM 능력까지 확보할 경우 한미 동맹을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시키는 부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북한이 계속 도발한다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복원해야 한다. 북핵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핵공유협정을 맺고 유사시 미국이 핵으로 보복하겠다는 확약도 얻어내야 한다. 우리의 국방력 향상을 위해서는 항모 같은 거대한 플랫폼이 아니라 무인 잠수함 등 차세대 기술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He is···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나 천안북일고와 충남대 법대, 서울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했고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법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정책연구실장·북한군사연구실장과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외교부 정책기획관, 국립외교원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등을 지냈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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