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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유동성이 지표 끌어올려…금리 인상 땐 부동산 등 도미노 충격"

■경기 전망 논란 커지는 韓 경제…전문가 긴급 진단

수출·투자·소비지표 살아나자

기재부 "코로나 이전 수준 근접"

올 성장률 5%까지 상향 저울질

전문가 "고용없는 성장·양극화 여전

美 자산 매입 축소 맞설 체력 의문

백신 보급 속도내고 확장재정 경계를"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경제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전망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수출·투자·소비 등 국내총생산(GDP) 구성 지표가 잇달아 회복 조짐을 보이고 14일 발표된 3월 고용지표까지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자 “이제 경기 상황을 어느 정도는 낙관적으로 봐도 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다.

반면 최근 지표 개선은 지난해 기저 효과에다 저금리 등에 따른 과잉 유동성에 따른 ‘착시’에 불과하고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백신 보급 등 대내외 변수가 많아 경기회복을 단언할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서울경제는 국내 경제 전문가 5명과 긴급 경기 진단을 실시했다.

강한 경기회복론의 최전방에는 정부가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 추세적 성장 경로에 매우 근접하게 복귀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국내 경제가 이미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거의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기재부 내부에서는 오는 6월 중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당초 3.2%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을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성장률을 4%대로 올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담아 5%까지 상향해 제시하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실제 한국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면서 3월 수출이 전년 대비 16.6% 늘었고 설비투자도 올 들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2월 4조 7,549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도 설비투자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심리지수인 제조업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4월 91을 기록해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던 소비도 훈풍이 감지된다. TV 같은 내구재와 승용차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나면서 2월 소매 판매액이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이에 따른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0.5를 나타내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이는 앞으로 지갑을 더 열겠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각종 지표가 개선된 배경에는 기저 효과의 영향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 소비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겉보기 지표와 달리 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점인 고용 없는 성장과 양극화 등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3월 고용지표에 대해 “일자리 시장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세부 지표를 뜯어보면 우리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30대와 40대의 취업자가 전월 대비 각각 17만 명, 8만 5,000명 감소했고 청년층 실업률도 10.0%에 달해 본격적인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등 확장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자칫 우리 경제 체력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더 이상 재정지출을 무작정 늘릴 것이 아니라 한계 상황에 온 자영업자 등에게 효율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가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테이퍼링 등 큰 파도에 맞설 체력이 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6~9월, 늦어도 내년에는 테이퍼링을 본격화해 신흥국을 중심으로 달러 이탈 및 금리 인상 등의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월 현금과 예·적금을 포함한 M2 통화량이 전월 대비 41조 8,000억 원이나 증가하는 등 유동성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는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이후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부동산 시장과 엮여 우리 경제에 강한 도미노 효과가 올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음식점과 같은 대면 서비스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백신 보급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물경제 분야에서 대면 서비스업이 가장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는데 백신 보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백신 분야에서는 정부가 판단 착오를 했다고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소비 진작 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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