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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명 학살한 IRA…50년간 봉인됐던 폭력[책꽂이]

■세이 나씽

페트릭 라든 키프 지음, 꾸리에 펴냄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해변에서 오래된 유해가 발굴됐다. 뼛조각을 통해 DNA를 식별할 수 있었지만, 성인이 된 아이들은 시신에 남겨진 ‘옷핀’만 보고도 30여 년 전 괴한들에 의해 납치되다시피 사라진 어머니임을 알아챘다. 어머니 진 맥콘빌에 대한 기억은 197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38살의 그는 당시 대가족 문화가 그렇듯 줄줄이 아이를 낳았고 스무 살 큰딸부터 여섯 살 쌍둥이까지 10명의 자식을 두고 있었다. 남편이 갑자기 죽는 바람에 생계를 책임지느라 늘 지쳐있던 맥콘빌의 집에 어느 날 복면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벌벌 떨던 아이들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지막은 그렇게 납치범들에게 끌려 나가던 모습이다. 이 납치·살인사건은 영국을 떠들썩하게 달궜다. 사건의 배후는 북아일랜드 무장세력인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이었다. IRA는 1999년에 맥콘빌을 살해했다고 인정했지만, 총을 쏜 범인이 누구인지는 지금까지도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해변에서 오래된 유해가 발굴됐다. 뼛조각을 통해 DNA를 식별할 수 있었지만, 성인이 된 아이들은 시신에 남겨진 ‘옷핀’만 보고도 30여 년 전 괴한들에 의해 납치되다시피 사라진 어머니임을 알아챘다. 어머니 진 맥콘빌에 대한 기억은 197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38살의 그는 당시 대가족 문화가 그렇듯 줄줄이 아이를 낳았고 스무 살 큰딸부터 여섯 살 쌍둥이까지 10명의 자식을 두고 있었다. 남편이 갑자기 죽는 바람에 생계를 책임지느라 늘 지쳐있던 맥콘빌의 집에 어느 날 복면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벌벌 떨던 아이들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지막은 그렇게 납치범들에게 끌려 나가던 모습이다. 이 납치·살인사건은 영국을 떠들썩하게 달궜다. 사건의 배후는 북아일랜드 무장세력인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이었다. IRA는 1999년에 맥콘빌을 살해했다고 인정했지만, 총을 쏜 범인이 누구인지는 지금까지도 미제로 남아 있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가 쓴 ‘세이 나씽’은 맥콘빌 피살 사건을 추적하며 북아일랜드에서 벌어진 폭력의 역사를 되짚는다. 저자는 4년에 걸친 조사 과정에서 7차례 북아일랜드를 방문해 100명 이상을 만나 인터뷰했다. 만난 이들 대부분이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아’ 했음이 제목에 담겼다. 범죄소설의 형식을 취한 책의 목소리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폭력 범죄의 참혹함을 이야기 한다.

맥콘빌은 그해 북아일랜드에서 살해당한 497명 중 한 명이었다. 당시 벨파스트는 무장세력과 영국 군인들이 매일 밤 싸우던 전쟁터 같은 곳이었다. 충돌 양상은 종교 갈등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톨릭 세력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자로, 개신교도들은 영국 잔류를 요구하는 연방주의자로 나뉘어 극심하게 투쟁하고 있었다.



IRA는 범행의 이유로 맥콘빌이 '영국군 첩자'였다고 주장한다. 맥콘빌은 납치되기 며칠 전 총격전으로 다쳐 쓰러진 영국군 병사에게 베개를 가져다 주고 주기도문을 읊어준 게 전부였다. 저자는 맥콘빌이 첩자였을 리는 만무하다고 봤다. 책은 맥콘빌의 살해를 지시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당시 IRA의 지휘관 제리 아담스, 살해에 가담했던 IRA의 특수 조직 '무명자들'(The Unknowns)의 대원 돌러스 프라이스와 브렌든 휴즈 등을 중심으로 반세기 동안 봉인된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IRA는 수십 년 내전을 이어왔지만 평화도 통일도 이루지 못했다. 벨파스트에서는 최근에도 연방주의자와 민족주의자 간의 충돌이 벌어졌다. 그 어떤 ‘대의’도 폭력 행위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뉴욕타임스와 타임·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가디언 등 숱한 매체들이 이 책을 ‘2019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2만4,0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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