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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21세기 소비자를 맞을 준비가 됐는가

김보리 생활산업부 차장





2017년 글로벌 스포츠 의류 용품의 제왕 나이키의 영광은 저물고 있었다. 그해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했고 두 달 만에 전체 인력의 2%에 해당하는 1,400명을 감축했다. 2017년 독일 아디다스의 글로벌 매출이 16% 증가하며 축배를 든 것과는 대조적인 성적표였다.

업계는 나이키가 온라인 전환 카드를 들고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나이키의 전략은 세간의 예상과 달랐다. 나이키는 메가스토어로 오프라인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과 함께 기존에 3만 개였던 유통 거래처를 40개로 대폭 줄이고 아마존에서 모든 상품을 철수시키겠다는 탈(脫) 아마존을 선언했다. 직영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매출이 보장된 거대 유통망을 등지겠다는 ‘배짱 선언’에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나이키는 지난해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와중에도 파리 상젤리제에 유럽 최대 플래그십 메가스토어를 열었다. 또 아마존에 의존하는 대신 자사 몰을 강화하며 ‘나이키 플러스(Nike Plus)’ 회원 전환을 확대했다. 지난해 9~11월 나이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 증가하며 나이키 제국은 공고해졌다.

업계에서는 나이키의 부활을 두고 온오프라인 중 어느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나이키의 전략은 어떤 방식이든 고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나이키는 공격적으로 오프라인에서 글로벌 주요 도시에 많게는 200개까지 메가스토어를 더욱 늘리겠다고 했고 실제 메가스토어는 선보이는 족족 MZ세대의 ‘성지’가 됐다. 최근 ‘NbG(Nothing but Gold)’라는 패션 공유 커뮤니티 앱을 내놓자 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언더아머가 아닌 인스타그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 패권의 축이 e커머스로 넘어갔다는 논쟁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문제는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아니라 누가 고객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가다.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는 단순히 오프라인의 매력이 반감했다는 것이 아니라 뜯어보면 고객 눈높이에 맞춘 오프라인의 부재에서 오는 위기다. 현대백화점이 ‘유통의 무덤’으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에 새로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틀에 박힌 백화점 문법을 과감히 깬 덕분에 이 일대를 주차장으로 만들 정도로 인기다. 똑똑한 고객은 더 이상 매장에서 화장품을 발라보는 것, 옷을 입어보는 것을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통사는 오프라인의 위기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21세기 소비자에 대한 이해 부족을 반성해야 한다.

유통 시계 제로의 시대다. 네이버·카카오·쿠팡·롯데·신세계·현대 등 강호들을 온오프라인으로 구분하며 누가 우위라고 하는 논쟁은 이제 무의미하다. 소비자는 예민하고 똑똑하다. 다만 변심도 쉽다. '인싸템'이었던 클럽하우스가 인기 요인이었던 폐쇄성에 발목이 잡히며 순식간에 잊히고 있는 것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할 시대에 21세기 고객을 여전히 20세기 방식으로 맞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찰이다. 냉정하게 21세기 소비자를 맞을 준비가 됐느냐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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