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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바이든의 아프간 철군 결정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민주주의 확립·여성평등 보장 등

야심찬 목표에도 외세 취급당한 美

강력한 현지 파트너 없어 결국 실패

美軍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올때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통치한다는 것은 곧 결단을 내리는 일이다.” 언젠가 프랑스의 한 총리가 했던 말이다. 그리고 이번 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려운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 그는 지난 14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군 시간표를 발표했다. 미군이 아프간에 진입한 지 만 20년 만의 일이다. 지난 수년간 미국은 확실한 출구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채 현상 유지에 급급했다.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바이든은 후한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

철군은 올바른 선택일까. 그렇다고 믿는다. 이제까지 미군은 아프간에서 가능한 모든 접근법을 시도했다. 9·11 사태 이후 처음으로 아프간에 진입했을 때는 대규모 병력 대신 소수 정예군을 투입해 현지 세력과 연합하는 이른바 ‘라이트 풋프린트’ 접근법을 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탈레반에 흐트러진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를 제공한 채 불과 2~3년 만에 폐기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다국적군의 규모를 최고 13만 명 선까지 끌어올렸다. 미군이 주축이 된 다국적군은 안전과 현지인들의 전폭적인 지지 확보라는 두 가지 전략적 목표를 제시하며 포괄적인 반군 억제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미군의 부분적 철수가 이뤄질 때마다 탈레반은 공세를 강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역할을 국가 재건 사업 지원이 아닌 적과의 전투로 제한한다는 조건을 달아 소규모 병력 증파를 선언했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자 트럼프 역시 부분적인 철군으로 돌아섰고 현지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은 3,500명 선으로 축소됐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승리하지 못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헨리 키신저가 1969년 베트남전에 관해 남긴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게릴라들은 지지만 않으면 이기지만 정규군은 이기지 않으면 진다.”

문제는 왜 미국이 실패했느냐가 아니라 탈레반이 성공한 이유가 무엇인가이다. 오합지졸에 가까운 탈레반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세계 최강국의 군대를 상대로 지난 20년간 끈질기게 버틴 끝에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사이에 우리는 탈레반의 광적인 이데올로기와 여성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비난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우리는 탈레반의 조직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이 그토록 잘 버텨내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마오쩌둥은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게릴라들은 바닷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인민 가운데서 움직일 수 있어야만 성공한다.” 탈레반은 바로 이 일을 해냈다. 학자들은 종족 정체성과 연대가 탈레반의 성공을 이해하는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이것이 막강한 전투력이나 경제 지원, 심지어 좋은 정부보다 훨씬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많은 현지인들, 특히 아프간의 최대 인종 그룹인 파슈툰족은 탈레반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 이에 비해 카불 정부는 종종 아웃사이더, 혹은 외국인들과 손을 잡는다.



대테러 전문가인 데이비드 킬컬렌은 그의 명저 ‘우발적 게릴라(The Accidental Guerrilla)’에서 현지 주민들이 이념적 동질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면서도 탈레반과 함께 전투에 나서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프간인들은 외세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단 한 가지 생각에 탈레반과 손을 맞잡았다. 제아무리 많은 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이들에게 미국은 그저 아웃사이더일 뿐이다.

탈레반의 성공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탈레반의 배후에는 은신처와 도움을 제공하는 파키스탄 군부가 도사리고 있었다. 역사상 국경 너머에 은신처를 지닌 반군들이 전쟁에서 패배한 적은 거의 없었다. 미국이 뿌린 수백억 달러의 지원금과 군비는 아프간 경제를 완전히 왜곡시켰고 여기서 비롯된 부패 역시 탈레반에 득이 됐다. 이외에도 미국은 아편 생산을 차단해 카불 정부를 크게 약화시키는 실수를 범했다. 좋건 싫건 아편은 지난 수 세기 동안 헬만드 지역의 주된 작물이었다.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제대로 기능하는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아편 교역을 끝내며 여성의 평등을 보장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지닌 외세는 강력하고 유능하며 합법적인 현지 파트너 없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번 철군에 대해 사람들은 한국과 독일에서처럼 미군이 계속 아프간에 주둔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독일에 배치된 미군의 주된 역할은 주둔국을 외부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지 분열된 국가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아니다.

미군은 베트남보다 아프간에 더 오래 머물렀다. 소련에 비하면 두 배나 긴 기간이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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