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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당신의 ‘파시스트’ 레벨은?…파시스트 되는 법

미켈라 무르자 지음, 사월의책 펴냄





‘당신이 들고 있는 이 책은 민주주의가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우리의 공존에 유해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쓴 것이다. 또 이미 검증된 반대 체제인 파시즘이 훨씬 더 나은 국가 운영 체제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썼다.’ (들어가는 글 중)

‘너 못해’라는 말보다 ‘네 옆에 애 괜찮네’라는 말이 더 가슴을 후벼 파고, 나를 돌아보게 하곤 한다. 신간 ‘파시스트 되는 법’은 딱 그런 책이다. 오해하지 말기를. 치졸하게 남을 이용해 누군가를 할퀴는 그런 부류의 비교는 아니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배신당할 수 있는지, 왜 전 세계 곳곳에서 반자유주의가 부상하는지 등 오늘날 우리가 겪는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각종 아이러니와 도발을 통해 드러내며 한층 적나라하게 우리 안의 어둠을 들여다보게 한다. 책의 구조는 단순하다. 파시스트가 되는 법을 나열하는데, 그 방법을 설명하기에 앞서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꼬집는 식이다. 예컨대 ‘민주주의에선 카리스마 있는 지도적 인물이 결국 줏대 없는 임시 대표의 꼬락서니를 하고는 매번 선거 바람에 속에 표를 구걸하는 수치를 감내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지도자(leader)를 없애고 타협하지 않는 수령(head)을 옹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혼자서 또는 소수의 충성그룹과만 결정을 내리는 수령이 여러 의견을 듣고 수렴해야 하는 지도자보다 “싸게 먹힌다”는 지적과 함께. 이쯤 되면 눈치챘겠지만, 책은 국수주의, 소수자 혐오 등 세계 각지에서 부상하고 있는 포퓰리즘과 극우 운동을 풍자적으로 묘사한다. 파시스트에 거의 ‘빙의되어 쓴’ 것 같은 글을 읽는 동안 ‘맞는 말’이라는 공감과 ‘나도 파시스트 아닐까’ 하는 의심, ‘아, 그래도 이건 아닌데’ 하는 걱정이 겹쳐진다. 파시스트적 태도가 왜 이토록 매력적 대안으로 비춰 지는지를 곱씹다 보면 우리가 맞닥뜨린 민주주의의 문제를 더 쉽게 가까이 이해할 수 있다. 부록 ‘파시스트 자가진단법’의 문항만 봐도 지금 우리 사는 세상에서 들끓고 있는 논란과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은 이런 문장으로 끝난다. “파시즘은 충분히 감시하지 않으면 어떤 그 무엇이든 오염시키고야 마는 놀라운 속성을 지니고 있다.” 1만 3,0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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