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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도장 찍을 땐 신중하게

[문화재의 뒤안길] 원숭이모양 청자 인장

원숭이 모양 손잡이가 달린 고려시대 청자 인장. /사진 제공=국립중앙박물관




흔히 도장이라고 부르는 인장(印章)은 통치자가 ‘믿음’을 증명하는 표시물에서 시작됐다. 고대국가의 제후가 정복한 영토를 분봉(分封)해나갈 때 중앙에서 새로 성씨를 하사하면서 청동인(印)을 주조해 내려준 것이 인장의 유래다. 인장은 신뢰의 징표인 동시에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금도 종종 권력을 의미하는 단어로 관인의 손잡이를 의미하는 ‘인파자(印把子)’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다.

왕실의 인장은 새(璽)나 보(寶)라고 하며 신하들은 감히 같은 이름을 쓸 수 없어 인(印)이라고 했다. 어보를 비롯해 조선 시대의 인장들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상대적으로 고려의 인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려의 인장에 대해 밝혀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인장에 새겨진 글씨를 인문(印文)이라고 하는데 고려의 인장 중 특히 관인이 아닌 경우에는 한자가 아니라 거란의 글자나 기호 등이 새겨진 경우가 많아 인문을 읽을 수가 없다. 더욱이 사용한 사례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실제로 어디에 사용했는지도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고려 인장을 수수께끼의 인장이라고도 한다.



고려의 인장에는 독특한 손잡이(뉴)가 있다. 사자나 원숭이·물고기·풀(草) 모양의 손잡이가 있는데 이는 같은 시기 중국·일본이나 이후 조선의 인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려 인장만의 특징적 요소다. 고려 시대 사인(私印)은 높이가 3~4㎝ 정도로 작은데 청동으로 만든 것 외에 청자(도자기)로 제작된 것들도 있다.

청자 인장 중에는 특이하게 원숭이가 입이나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런 특이한 자세의 원숭이들을 도장 손잡이로 만든 이유는 정확히 전하지 않는다. 다만 “예(禮)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라”는 공자의 말씀처럼 도장을 찍을 때는 올바르고 신중하게 찍으라는 가르침을 주는 듯하다. /박지영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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