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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울산 95일·부산 89일...느려지는 회생 개시에 속타는 기업

[최근 5년간 법원 기업회생 분석]

'30일 이내 개시 결정' 조항 있지만

준수한 곳 서울·수원 단 2곳뿐

대다수 법원 '훈시규정'으로 해석

채무자회생법 49조 사실상 사문화

기업 재기 골든타임 놓칠까 우려

/이미지투데이




#울산에 위치한 건축설비 공사업체 A사. 지난해 6월 법원에 회생 신청서를 제출했다. 자산을 동결하는 보전 처분으로 직원들의 급여조차 마음대로 줄 수 없는 상황에 놓였지만 계절이 바뀌도록 회생 개시는 결정되지 않았다. A사에 대한 회생 개시가 결정된 것은 반년이 지난 같은해 12월이었다.

#부산에서 25년간 혼방사 등을 제조·수출입한 섬유업체 B사. 수출 부진으로 지난해 11월 법원에 회생 신청을 했다. 원자재 구입 등 경영 활동 전반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으며 버틴 끝에 4달이 지난 올해 3월 회생 개시 여부를 통보 받았다.





전국 법원 파산부의 법인 회생 개시 결정이 해가 갈수록 느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5년 채무자회생법에 추가된 ‘신청 후 1달 이내 개시 결정’을 지킨 법원은 2곳에 불과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해당 법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행정처에서 제출받은 ‘전국 법원 파산부, 법인 회생 개시 평균 소요 일수’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법인에 대한 회생 개시 결정은 제주지방법원이 121.0일로 가장 오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방법원(95.4일)과 부산지방법원(89.6일), 광주지방법원(89.3일)이 뒤를 이었다. 전국 법원의 회생 개시 평균 소요 기간도 2016년 32.8일에서 2020년 41.8로 5년 동안 9일 늘어났다.



법인 회생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사업을 존속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돈을 벌어 채권자에 진 빚을 갚는다는 측면에서 파산과는 차이가 있다. 기업이 회생 신청을 하면 법원은 개시 이후 기업 가치를 평가해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

대법원 전경./서울경제DB


앞서 정부는 지난 2005년 회사정리법을 채무자회생법으로 개정하며 ‘채무자가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 때에는 법원은 신청일부터 1개월 이내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회생 신청을 한 기업이 원자재 거래나 보증 발급에 어려움을 겪자 신속성을 높여 애로사항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전국 법원 14곳 가운데 서울회생법원(23.9일)과 수원지방법원(30.3일) 2곳만 해당 조항을 준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대부분의 법원이 해당 규정을 ‘훈시 규정’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도산법 전문 변호사는 “해당 조항에는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고 적혀있다”며 “‘훈시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도입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생절차 개시 결정 자체가 기업으로서는 법의 보호막이고 회사를 살리겠다는 시그널”이라며 “개시 결정이 늦어지면 주요 채권자들하고 딜을 할 수 없고 시장 인식도 악화돼 사업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도산 업무를 담당하거나 담당했던 판사들도 법 조항보다 2~3배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자율구조조정(ARS)을 신청하거나 회생 개시 전 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법원의 역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회생법원의 한 판사는 “회생 개시 전 조사는 특수한 경우 만에 이뤄지고 ARS로 인한 영향도 평균 2~3일 늦어지는데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법인 회생은 ‘시기’가 가장 중요한데 회생 사건을 일반 민사 사건처럼 인식해 발생하는 문제”라며 “사건 수가 적은 제주는 논외로 하더라도 기업이 많은 울산, 부산 등의 지역은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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