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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월 고용 많든 적든 모두 ‘충격’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롬 파월 연준 의장. 5월 고용보고서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예상보다 좋은 고용지표와 전날 나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회사채 매각소식에 모두 하락했습니다.

이날 나온 지표들은 긴축을 가르켰는데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40만건을 밑돌았고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5월 민간고용이 97만8,000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4일 나올 미 노동부의 5월 고용보고서입니다. 이 수치에 따라 증시는 물론이고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는데요. 월가의 분위기를 전해드립니다.

실업수당 청구건수 40만건 밑돌아…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우선 월가에서는 5월 고용보고서(비농업 일자리) 수치를 점치는데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지난달에 크게 한 번 데인적이 있어서죠. 최소 100만개, 많게는 200만개 증가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26만6,000개에 그쳤습니다.

이번에는 67만1,000명가량이 늘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인데요. 씨티는 76만개, 바클레이스는 67만5,000개 정도를 보고 있습니다. 마이클 가펜 바클레이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 고용이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높거나 낮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라며 “솔직한 대답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일자리 보고서에는 불확실한 점이 많다”고 했습니다.

어쨌든 하루 전인 이날 나온 지표만 놓고 보면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노동부는 지난주 (5월23~2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8만5,000건이라고 밝혔는데요. 시장 예측치(38만7,000건)보다 적습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실업급여 청구건수에 대한 자료는 일자리에 대한 낙관론을 지지해준다”며 “최근의 수치는 4월 중순 이후 고용시장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5월 ADP의 민간 일자리 증가 현황. /CNBC 방송화면 캡처


ADP의 보고서도 낙관론의 한 근거인데요. 당초 시장에서는 65만개 증가 정도로 봤는데 100만개 가까이 나오면서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죠.

희망적인 부분은 서비스 분야에서만 85만개의 고용이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규모별로도 △소기업(50인 미만) 33만3,000개 △중기업(50~499명) 33만8,000개 △대기업(499명 이상) 30만8,000개 등 골고루 늘었는데요. 레저와 접객이 44만개나 폭증했습니다. 경제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죠. 넬라 리처드슨 ADP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의 지속적인 회복이 예상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ADP 자료로 고용보고서 수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잘 안 맞는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서비스 일자리 증가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겠습니다.

5월 고용보고서, 경제-고용 간극 확대냐 긴축 가속도냐


부정적 요인도 적지 않습니다. 배런스는 제조업 일자리의 더딘 회복을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는데요. 웨이터와 바텐더, 박물관 해설사 같은 서비스업과 달리 제조업은 경기가 나아지기 시작했다고 바로 사람을 다시 뽑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입 직원을 채용하더라도 일을 익히는데 시간이 필요하죠.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인데요. 수요폭발에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재고소진이 우선 이뤄진 상황입니다.



4월 고용 부진 때도 많이 언급됐지만 여전히 9월 개학까지는 시간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추가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주들이 계속해서 줄고 있지만 아이를 학교에 온전히 맡기지 못하면 여성인력들은 고용시장에 되돌아오기 어렵습니다.

어떤 식으로는 5월 고용인원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 미국 경제가 갈 길이 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긴축 얘기는 다시 힘을 잃게 될 것이고 증시에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경제와 고용 사이의 간극이 더 커지게 된다는 점과 고용시장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뉴욕 우드버리의 나이키 매장. 코로나19 백신접종율 상승에 쇼핑 수요가 늘면서 의류매장과 식당, 술집 등에서는 직원채용이 한창이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거꾸로 예측치를 크게 웃돌면 긴축 얘기가 급격히 확산할 수 있습니다. 이미 투자자들은 전날 연준이 내놓은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 매각소식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수차례 설명드렸지만 연준의 마지막 퍼즐은 고용입니다. 고용이 정상궤도로 올라가고 있는 게 확인되면 연준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캐롤라인 시몬스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 영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만약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강하다면 경제가 정상궤도로 가고 일자리가 늘면서 결국 임금인상과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올 것”이라고 봤습니다.

결국 예상을 크게 웃돌아도, 반대로 밑돌아도 고민입니다. 배런스는 “경제와 고용 사이의 단절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는 고용보고서가 나왔을 때 어느 쪽이든 투자자들을 크게 놀라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직은 지역 연은 총재와 이사들 사이 온도차…파월, “곧 힌트 내놓을 것” 분석도


실제 5월 고용보고서가 좋게 나올 경우 연준은 테이퍼링에 속도를 낼 겁니다. 다만, 아직은 지역 연은 총재들과 이사들 사이에 온도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연준 2인자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이 “테이퍼링 논의시점이 올 것”이라고 했고 랜들 퀄스 부의장도 경제가 기대에 부합하면 테이퍼링을 논의할 시기라고 했지만 핵심인사인 파월 의장과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가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브레이너드 이사는 초대 재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바이든 정부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수정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 연준 내에서 지역 연은 총재를 중심으로 테이퍼링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제롬 파월 의장과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는 요지부동이다. 5월 고용보고서는 이들의 시각이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건 숫자입니다. 이미 연준의 예상을 뛰어넘은 인플레이션 수치에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고용 앞에서는 장사가 없습니다. 롭 모건 에티 컴패니스의 시장 전략 디텍터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인플레이션이 경제와 시장에 가장 큰 리스크”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주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축소할 것이라는 힌트를 곧 내놓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이 경우에도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은 별개입니다. 어제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많은 재정지원과 완화적 통화정책에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있다”며 “연준은 오랫동안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겠지만 매달 1,200억 달러의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입축소를 생각해볼 시점이 됐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채권매입부터 줄인 뒤 시간을 두고 상황을 보면서 금리인상으로 나아간다는 얘기입니다.

참고로 블룸버그는 하커 총재를 중립성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립 성향 총재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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