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에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관련 문홍성 수원지검장이 수사 외압에 가담한 혐의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구했다. 공수처는 지난 3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문 지검장 사건도 함께 넘겼는데, 석달이 지나서 다시 문 지검장 사건을 달라고 한 것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다시 문 지검장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구한 이유는 이 사건이 먼저 이첩 받은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의 수사 외압 사건과 중복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법 24조 1항에 따라 이첩 요청했다. 법상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하므로 이첩될 것”이라고 밝혔다. 24조1항은 ‘다른 수사기관과 수사가 중복되는 사건은 공수처가 해당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공수처는 검찰에 문 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김형근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대검 수사지휘과장)와 A검사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구했다.
윤 부원장과 문 지검장 등은 2019년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을 불법 출국금지 한 혐의로 수사 받는 것을 막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윤 부원장은 조국 전 청와대 수석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등과 외압을, 문 지검장은 이성윤 지검장 등과 외압을 행사한 혐의다. 각각 따로 외압을 행사해 별개의 주체로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들을 크게 봐서 하나의 ‘수사 외압’ 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공수처의 문 지검장 사건 이첩 요구는 지난 3월 검찰이 부정했던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이번 기회에 관철하려는 의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 3월 이 지검장 수사 외압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면서 “공소 제기 여부는 여전히 공수처가 결정할 권한이 있다”며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이첩받은 사건을 처리할 권한은 검찰에 있다’며 권한 하나를 떼어낸 상태로 이첩하는 것은 법률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검찰은 이 지검장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재이첩 않고 기소했다.
검찰이 공수처가 넘겼던 사건 중에서 처리하지 않은 게 문 지검장 사건이다. 때문에 공수처는 이 지검장에 대해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문 지검장에 대해선 윤 부원장 사건과 묶어서라도 직접 처리하고자 하는 셈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을 새로 만들어 법상 인정되지 않는 유보부 이첩을 편법적으로 관철하려는 방법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첩 요구를 받은 대검찰청은 문 지검장 사건이 중복수사에 해당하는지, 또 이미 한 차례 공수처에서 이첩 받은 사건을 다시 공수처에 이첩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를 종합 검토해 처리 방침을 결정할 전망이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