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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CPI 5%에도 증시가 올랐나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5월 CPI가 전년 대비 5%나 폭등했지만 증시는 일제히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5%나 폭등했음에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습니다. 증시 전반을 보여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0.47% 상승한 4,239.18에 거래를 마치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는데요.

높은 인플레이션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공포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오늘 ‘3분 월스트리트’에서는 CPI를 보는 월가의 분위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수치 높지만 연준의 비둘기파적 성향 안 바뀔 것…더 떨어진 국채금리 9월까지 안 움직일 수도


이날 증시 움직임에 대해서는 아래 5가지 정도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① 이번 한번으로 통화정책이 바뀌지 않는다. 아직 시간 있다

② 지금이 최고조다. 갈수록 수치 내려갈 것이다. 국채금리도 하락

③ 투자자금이 많다. CPI 확인 후 투자한 이들 있다

④ 중고차가 전반적인 수치를 왜곡한 측면 있다

⑤ 임금 상승 동반되고 있어 나쁘게만 볼 이유 없다

우선 ①번과 ②번을 묶어 설명드리겠습니다. 냇웨스트 마켓의 존 브릭스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지만 여전히 일시적이라고 볼 수 있는 범주 안에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요. 리서치 회사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즈의 창립자 줄리아 코로나도는 “우리는 지금 (인플레이션의) 피크에 있다”며 “앞으로 수치는 내려갈 것이다. 다만 얼마나 내려가느냐가 문제”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날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처음에는 5%라는 수치에 반응하다가 오후 들어 급격하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비둘기파적인 성향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5월 CPI 발표 이후 상승하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CPI 발표 직전 연 1.495%였던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1.530%까지 올랐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오후5시에는 1.441%까지 내려왔는데요. 주요 지수도 모두 상승 마감했죠. OANDA의 미주지역 선임 마켓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모야도 “시장 관계자들은 연준의 부양책이 곧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투자자들은 동요하지 않았다”며 “이 데이터가 연준의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국채의 경우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도 한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 들어 대규모로 숏포지션(매도)이 청산되고 있다”며 국채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달러화 변동에 따라 일본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도 꾸준합니다.

수요증가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국채금리가 내려가고 이를 본 투자자들이 자기확신을 갖게 된 꼴입니다. 떨어지는 국채금리를 보면서 “인플레가 역시 일시적이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죠. 리버 프론트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케빈 니콜슨 글로벌 채권 공동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채금리 움직임은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8월 잭슨홀 미팅이 끝난 뒤인 9월까지는 연준의 움직임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국채금리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넘치는 유동성에 투자대기자 많아…CPI 상승 기여 항목도 뜯어봐야


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시중에 유동성은 넘치고 투자할 이들이 많다는 것이죠. CNBC의 간판 앵커인 짐 크레이머는 이날 “내 생각에는 CPI 수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발표가 나온 뒤에는 ‘이제 끝났으니 사자’라고 한 것”이라며 “그들은 시장에 들어오고 싶었지만 옆으로 한 발 나와 있던 이들이다. 여전히 증시에는 바잉파워가 넘친다”고 설명했습니다. 물가는 발표와 함께 지난 이슈가 된 만큼 다시 투자에 뛰어들었을 것이라는 말이죠.

5%라는 수치만 보면 놀랍지만 왜 5%가 나왔는지를 보면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5월의 경우 중고차 가격이 7% 이상 급등해 전체 상승분의 3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신차 생산이 늦어지자 그 여파로 중고차 품귀현상이 나타났는데요. 그에 따라 가격이 상승했으니 시간이 지나 반도체 물량이 확보되면 물가상승폭도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CNBC는 “중고차 가격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CNBC의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는 악재인 5월 CPI가 나온 뒤 다시 증시에 뛰어든 이들이 많았을 것으로 봤다. 그만큼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AP연합뉴스


항공과 호텔방값 상승도 올해는 가능할지 몰라도 무한정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미국 가계가 2조6,000억 달러 규모의 초과저축이 있지만 바닥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구매력이 감소하는 측면도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과 함께 임금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가만 오른다면 월급쟁이들에게는 재앙입니다. 하지만 임금도 적정 수준에서 상승하고 경제도 성장한다면 나쁘게만 볼 이유가 없습니다. 물가상승에도 임금이 함께 뛴다면 노동자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을 겁니다.

물론 ‘3분 월스트리트’에서 계속 전해드렸듯 임금인상은 인플레를 더 부추깁니다. ‘임금인상→제품 가격인상→구매력감소→임금인상 요구’가 이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연준 안팎에서는 지금의 노동구조와 노조의 협상력을 볼 때 임금인상 요구가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예전 같은 악순환 가능성이 적다는 얘깁니다.

주거비용 상승세 높아 ‘일시적’ 단정 어려워…테이퍼링 시계는 여전


지금부터는 리스크 요인을 짚어보겠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당장은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보지만 통화정책이 시장의 예상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닙니다.

월가와 투자자들의 예측이 정확할 때가 많지만 정부 정책은 증시 참여자들만 보고 하는 게 아닙니다. 시장이 어떻게 보든 인플레는 정치적 요소가 강하게 결부돼 있습니다. 아이다호주의 공화당 상원의원인 마이크 크래포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물가상승이며 여기에는 대규모 부양책이 한몫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수조달러짜리 인프라 투자를 포함해 팽창예산 처리에 있어 CPI가 중심에 설 것이고, 재무부와 연준은 인플레이션 대책을 내놓으라는 공화당의 압박을 받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섣부른 조치는 경제회복을 방해하겠지만 당국의 뒤늦은 대응은 더 큰 수업료를 치르게 됩니다.

시장이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본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인플레는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고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계획의 성사여부와도 관련 있다.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은 시장이 원하는 대로 혹은 시장의 예상대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AP연합뉴스


실제 좀더 짚어볼 만한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CPI의 30%를 차지하는 주거비용이 상승세라는 점입니다. 5월 주거비용은 1년 전보다 2.2%나 올랐는데요. NYT는 “물가상승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천천히 움직이는 주거비용이 5월에 더 높게 나타났다”며 “이코노미스트들이 이 지표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 역시 “가격인상 압력이 일시적일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일시적이며 경제정상화 과정이 지나면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연준 입장에서는 어쨌든 테이퍼링 논의를 8월 잭슨홀 미팅 전후로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결국 상황이 분명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한데요. 다음 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다시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주거비용처럼 걱정스러운 요소가 있다”며 “연준은 물가상승률 목표를 현실화하고 다음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위한 시간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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