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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엔 김준수...위키드엔 조은희...없었던 적 없었다

[뮤지컬 빛낸 개근 배우들]

■위키드 전시즌·회차 무대 '600회 개근' 조은희

"관객이 다 나만 본다는 생각으로 최선의 무대"

■드라큘라 초연부터 4개 시즌 모두 출연 김준수

"드라큘라 장인 별명 감사…쭉 함께하고픈 작품"


한 편의 뮤지컬이 시즌을 거듭하며 오랜 시간 관객과 만나는 게 흔하진 않다. 매년 대작과 신작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장에서 꾸준히 관객의 선택을 받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잘 팔린 대작도,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입한 신작도 관객과 맞지 않으면 초연 후 종적을 감춘다. 여기 각각 세 번째, 네 번째 시즌으로 찾아온 두 편의 뮤지컬이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빛내는 ‘개근 배우’ 두 명도 있다. 앙상블로 ‘전회차 개근’에 빛나는 뮤지컬 ‘위키드’의 조은희, 타이틀 롤로 ‘전 시즌 개근’ 중인 ‘드라큘라’의 김준수가 그 주인공이다. 주조연의 구분을 떠나 저마다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작품과 함께 성장 중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뮤지컬 ‘위키드’ 에매랄드 시티 장면에서의 조은희/사진=에스앤코




조은희 “600번의 무대 모두 새로웠죠”


지난 12일 밤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펼쳐진 뮤지컬 ‘위키드’ 공연. 이날 무대는 2013년 시작된 한국어 공연이 600회를 달성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유독 축하 인사를 많이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앙상블 조은희다. 그는 2013년 위키드 초연부터 위키드에 출연해 600번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상연한 전 회차에 하루도 빠짐없이 개근했다는 이야기다. 조은희는 12일 공연 직후 전화통화에서 “하루하루 감사하게 무대에 서다 보니 모든 회차에 출연하게 됐다”며 “코로나 19 속에 맞이한 600회 공연이라 더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발레를 전공한 그는 호두까기 인형, 라 바야데르, 돈키호테 같은 발레 대작은 물론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일본 극단 시키의 ‘라이온 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대에 서며 내공을 쌓아왔다. 조은희는 총 54번의 장면 전환이 이뤄지는 위키드에서 19개 장면에 등장한다. 한두 명의 캐릭터만 등장하는 드라마 신을 빼곤 거의 모든 장면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 그는 “공연이 시작되면 기상부터 식사, 연습, 휴식까지 철저하게 시간을 계산해서 루틴을 짜고 그에 맞춰 생활했다”며 “그래야 내 몸이 편하고, 부상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개근의 비결을 전했다.

뮤지컬 ‘위키드’ 한국어 공연 전 시즌 전 회차 무대에 선 배우 조은희/사진=에스앤코


엄격한 자기 관리에도 피할 수 없는 게 부상이다. 그는 2014년 초연 당시 심한 근육 염증으로 매일 갈비뼈의 통증을 안고 무대에 올라야 했다. “숨 쉴 때 정말 ‘헉’ 소리가 날 만큼 아팠죠. 저 대신 무대에 오를 스윙 배우가 있었지만, 그땐 ‘다리가 부러져 점프를 못 할 상황이 아니면 참자’는 책임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땀과 눈물을 함께 지켜본 그이기에 모든 장면이 남다르고, 매일이 새로울 수밖에 없다. 앙상블 아닌 주연, 주인공 뒤가 아닌 무대 정중앙이 욕심나진 않았을까. 조은희는 “그런 고민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라면서도 “각자의 자리가 있고, 그 역할이 모여 무대를 만든다고 생각을 바꾸니 더 감사하게 공연에 임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나는 일단 무대에 오르면 관객이 다 나만 본다고 생각한다”고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600회 개근의 비결은 이 활기찬 긍정의 에너지인지도 모르겠다. 6월 27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

뮤지컬 ‘드라큘라'에 전 시즌 출연중인 김준수/사진=오디컴퍼니




김준수 “시즌마다 답을 찾아가는 여정”


김준수는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해준 작품으로 ‘드라큘라’를 꼽는다. 지난 2014년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지난달 네 번째 시즌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김준수는 초연부터 시작해 4번의 시즌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신비로운 ‘불멸의 존재’를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내며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 ‘드라큘라 장인’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 14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이런 별명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쑥스러워하며 “이런 응원 덕에 매회 공연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웃어 보였다.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에 데뷔한 그는 음악 천재부터 파병 군인(천국의 눈물), 의인화된 죽음(엘리자벳)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지만, 드라큘라는 더 큰 변신이 필요한 도전이었다. 누군가의 피와 한 여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단순한 선악의 기준으로 바라볼 수 없는 존재. 김준수는 “대본을 받고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심란했다”며 “손짓이나 걸음걸이 같은 동작을 많이 연구하고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가 된 붉은 핏빛 머리도 초연 당시 김준수가 제안한 아이디어라고. 시즌이 거듭될수록 여유보다는 부담이 커진다고 한다. “재관람하는 관객도 많아 제가 그대로 안주하면 감동을 드릴 수 없어요. 그분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노래와 연기,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익숙했던 장면, 대사에서도 이전엔 없던 의문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대사의 톤이나 말투를 조금씩 바꿔가며 답을 찾아간다. 매번 새로운 여정에 함께 한다는 게 배우 김준수에겐 큰 축복이다.

뮤지컬 배우 김준수/사진=씨제스엔터


관객과 만나온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그가 4연까지 함께 한 작품은 드라큘라가 유일하다. 몇 번째 시즌까지 김준수의 드라큘라를 만날 수 있을까. “얼마 전 동료 배우가 저에게 ‘1,000회 할 때까지 건강하라’고 하길래 ‘드라큘라가 피를 마신 뒤 젊어지는 장면에서 안 젊어지면 어쩌냐’고 대답했어요. (웃음) 저는 그때까지도 관객들이 찾아주신다면 언제고 참여하고 싶습니다.” 8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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