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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다 잡을 것"…정용진의 '유통 뉴노멀' 시작됐다

[신세계 열리는 e커머스-<상> 시동 건 '한국판 월마트']

 이베이에 이마트 점포·SSG 물류 자동화 노하우 접목

 하반기 네이버페이·신세계포인트 결합 서비스도 예정

 일부선 "시너지 효과 장담 못해"…승자의 저주 우려도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주십시오.”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정 부회장은 이처럼 ‘이기는 한 해’를 만들기 위한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e커머스를 비롯한 유통 업계에서 ‘정용진식 로드맵’을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유통,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의 최종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경우 e커머스 시장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신세계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를 단순 합산했을 때 거래액은 24조 원, 시장점유율은 15%로 네이버(18%)에 이어 2위가 돼 쿠팡(22조 원·13%)보다 시장 지배력이 커진다. 단기간에 규모의 경제와 더불어 e커머스 업계 내에서 새 판 짜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다. 특히 본입찰 전부터 네이버를 컨소시엄에 합류시켜 인수 이후의 시너지도 극대화했다. 신세계는 SSG닷컴과는 별개로 이베이코리아를 네이버와 공동 운영하면서 커머스 분야 해외 진출 등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정 부회장의 e커머스 시장에 대한 큰 그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1월 정 부회장이 강희석 이마트(139480) 대표와 함께 네이버를 찾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를 만나 결성된 ‘혈맹’의 큰 그림이 점차 드러나는 모양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선포한 후 올해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와 패션 플랫폼 W컨셉에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까지 성사시키며 승전보를 이어갔다.

신세계는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이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물류·배송 시스템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40여 개의 전국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SSG닷컴으로 쌓은 물류 자동화 노하우를 이베이코리아에 접목시켜 빠르게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이마트가 가진 구매력을 기반으로 이베이코리아 내 직매입 비중을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세계는 올 하반기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네이버페이와 신세계 포인트가 결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인데,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G마켓·옥션·SSG닷컴·신세계백화점·이마트 등을 총망라한 통합 멤버십 서비스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1,450만 명에 달하는 스마일페이 회원도 공유가 가능해 간편 결제 시장에서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아울러 SSG닷컴의 상장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이마트의 온라인 거래액은 24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래액을 빠르게 끌어올려 기업공개(IPO)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베이코리아를 품은 신세계의 앞길에 낙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4조 원이라는 인수 금액이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에 비해 크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자칫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12%로 여전히 톱3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2016년 독보적 1위였던 때와 비교하면 6%포인트나 떨어졌다. 그 사이 네이버는 7%에서 18%로, 쿠팡은 4%에서 13%로 성장했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신생 업체들의 공세에 치여 오히려 시장 지배력이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2005년 이래 16년간 흑자를 내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는 반면 이베이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20%를 정점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5.5%로 떨어졌다.

아울러 쿠팡과 거래액은 맞먹지만 자체 풀필먼트센터 등 물류 시스템 유형자산이 많지 않은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최근의 온라인 쇼핑 시장이 저렴한 가격으로 대결했던 과거와 달리 신선 식품과 빠른 배송으로 바뀌고 있어 물류와 배송의 약점은 치명적일 수 있다.

미래 성장성 면에서 이베이코리아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e커머스 업계가 단순한 쇼핑 채널이 아닌 생활 플랫폼 성격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이베이코리아는 여전히 쇼핑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쿠팡의 경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라이브 커머스, 배달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플랫폼 성격이 강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중개업자로서 사실상 급변하는 시장 판도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실정이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싼 값을 치렀다는 시각이 있다”며 “단순히 덩치 불리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유기적 결합을 위한 치밀한 운영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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