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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청년 장관' 정말 필요한가

송영규 여론독자부장

고용·부동산은 사회 모순 결정체

너나 할 것 없이 청년만 외친다면

세대내·세대간 갈등 부추길 수도

이젠 공정 넘어 공존으로 나가야





‘청년’과 ‘공정’이 화두인 세상이다. 어디를 가도 이 두 단어를 빼곤 얘기할 수가 없다. 올 초까지만 해도 여당의 일방적 승리로 예상됐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판도를 두 달 만에 완전히 바꾸며 야당에 완승을 가져다 준 건 이들이다. 역사도 만들어냈다. 야당에서는 국회의원 당선 경력이 전혀 없는 30대 당 대표가 등장했다. ‘공정한 성과’를 갈망하는 사회 초년병들의 목소리에는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가 고개를 숙였다. 전에는 볼 수 없는 현상들이다. “청년들이 불만이 없다면 우리나라에 내일은 없다.”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의 통찰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주에는 86세대 여당 당 대표가 국회 단상에 올라가 ‘청년특임장관’을 외쳤다. 청와대도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야당 역시 ‘청년부’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일 수도,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벚꽃 대선’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 명확한 것은 모두가 청년과 공정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년 장관이 등장하면 과연 청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홍보수석비서관을 국민소통수석으로 바꿨다. 그만큼 소통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4년이 흘렀다. 현 정부에서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 소통의 문제가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지금 청년들이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청년 사회·경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8.9%가 청년 기본 고용과 주거 안정을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았다. 청년 장관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 사안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으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자리 문제만 봐도 그렇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최저임금, 학력 차별, 군필자 가점제 등 복잡한 사안들이 그 안에 농축돼 있다. 공정한 성과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일을 했으면 성과도 함께해야 한다지만 청년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같은 일을 할 때, 하청 기업 근로자가 원청에서 일할 때 성과를 같이해야 하는가의 문제도 따져야 한다. 세대 내 갈등이라는 암울한 그림자를 과연 청년 장관이 지울 수 있을까.



지난해 첫 취업한 청년들의 근속 기간은 평균 1.5년밖에 안 된다. 남유럽 위기가 한창일 때인 2011년의 1.8년보다 석 달이나 줄었다. 그나마 10명 중 3명은 1년 이하 계약직이고 시간제도 20%나 된다. 시간제 단기 알바란 얘기다. 이 기간 동안 청년들을 뒷바라지하는 것은 부모, 즉 베이비붐 세대다. 청년 문제가 부모·노후의 문제까지 연결된다는 얘기다. 청년들을 위한다는 부처가 부모 세대까지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오히려 세대 착취론을 들먹이진 않을까.

부동산 문제도 다르지 않다. 청년들이 살기 좋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얘기는 곧 서민들도 내 집 마련을 쉽게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턱없는 소리다.

부동산은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모든 모순이 집약된 결정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사려면 금융의 힘을 빌려야 한다. GTX는 다니는지, 대치동처럼 교육 환경은 좋은지 두루 살펴야 한다. 여기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신혼부부에게 공급되는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청년 중심의 주거 정책을 펼쳤다가는 역차별 논란에 휘말릴 게 뻔하다. 집을 놓고 세대 간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혹자는 말한다. 청년과 공정의 등장은 세대 교체와 기득권 세대의 몰락이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세대 전쟁으로 몰고 간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다. 지금은 청년과 공정을 넘어 사회와 공존을 향해 나가야 할 시기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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