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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우는 놈 떡 하나 더 주는 세상에서





좋은 집에 살고 싶고 좋은 차를 타고 싶다. 특별한 날에는 비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백화점에 데려가고 싶다. 내 욕망은 어쩌면 이렇게도 진부하고 보편적인지. 세상사에 관심 없는 척, 우아하고 고상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도 결국 자기만족을 위한 욕심이었다. 그러나 이런 내게 더는 실망하지 않는다. 내가 되고 싶은 건 세상을 구하는 위인이 아니라 나를 구하는 보통의 인간일 뿐이니까. 요즘 내가 연습하는 태도는 이런 것들이다. 원하는 것을 돌려 말하지 않고 분명하게 요구하기. 우는 놈 떡 하나 더 주는 곳에서는 점잔 빼지 말고 우는 시늉이라도 하기. 나는 그렇게 내 욕망에 솔직해지고 싶다. (하현,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2021년 비에이블)

두 아이가 있다.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울고불고 떼쓰는 동생, 그런 동생을 창피해하면서 저도 갖고 싶은 인형을 끊임없이 곁눈질하며 엄마 눈치만 보는 누나. 하현 작가는 자신은 후자의 어린이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악다구니하는 타인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왔던 그는 어른이 된 이후 뼈저리게 실감한다. 사회에서는 말하지 않으면, 티내지 않으면 아무도 나의 바람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가진 대개의 욕망이란 실은 아주 보통의 욕망일 뿐, 그렇게 부끄러워하지도, 망설이지 않아도 되는 것임을.



우리는 결국 내 안의 작은 욕망 더미들을 실현해가며 행복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그러므로 말 안 하면 내 맘 몰라주는 타인들만 탓하며 조용히 침몰해가기보다는, 필요하다면 ‘우는 시늉’이라도 해서 원하는 것을 떠들고 적극적으로 얻어내는 ‘행복한 욕망꾸러기’가 되는 편이 낫다. 나 자신에게도, 내가 속한 사회에도 말이다. 욕망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지만, 밀봉 상태에서 부패해버린 욕망은 결국 결핍과 원망으로 쉬이 변질되어 독을 뿜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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