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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지방은 안중에 없는 수도권 개발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서울·수도권, 그들만의 잔치.’ 최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두고 비수도권 사람들이 내뱉는 탄식이다.

수도권 전체가 GTX 정차역, 노선 연장 등을 놓고 들끓고 있다. 정차역이나 노선 연장이 언급된 곳은 집값 상승의 기대감이 큰 만큼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민원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교통 인프라 개선은 비수도권에는 남의 떡일뿐더러 지역민들 마음만 뒤숭숭하게 만드는 탓이다.

국토 균형 발전의 시각으로 보면 분명 ‘역주행하는 열차’다. 광역철도는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국토의 12%도 되지 않는 수도권으로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반면 유입되는 인구는 사실상 비수도권 유출 인구다. 급속한 인구 유출에 지방 소도시는 물론 대도시도 배겨낼 재간이 없다. 도시 경쟁력과 산업·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필연이다.



지방 쇠퇴의 ‘반사이익’이 향하는 쪽은 수도권 도시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이다. 수도권 집중 덕에 인천은 지난 20여 년간 인구가 꾸준히 늘어 현재 약 293만 명에 달한다. 이에 반해 부산은 인구 유출이 계속돼 고작 44만 명 차이로 우리나라 ‘제2 도시’라는 자리를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 인구 확장기에 접어든 인천이 광역철도 혜택까지 얻는다면 제2 도시 타이틀을 뺏는 것은 시간문제다.

부산 인구 유출의 심각성은 부산 지역만의 고민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는 중·소도시 수준을 넘어 지방 대도시도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위기를 가장 빨리 감지하는 세대는 청년들이다. 바야흐로 비수도권 청년들의 ‘광탈(광속 탈출)’ 시대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선 것은 2019년 말이지만 수도권 2030 인구는 이보다 16년 전에 이미 같은 연령대 비수도권 인구를 앞질렀다.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는 한 국토 균형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불공정·불평등 해소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지속하기도 어렵다. 일자리가 사라진 지방에서 대학을 나와 취업 전선에서 외면당하는 지방 청년들은 기성세대에게 ‘왜 서울·수도권 청년 말에만 귀 기울이냐’고 묻는다. 청년들은 공정과 평등을 외치지만 지방 청년들이 버텨야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는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 현 세태다.

독식은 공멸을 부른다. 비수도권은 안중에도 없는 개발 사업이 브레이크 없이 확대되는 한 집값 안정, 출산율 회복, 일자리 확충은 언감생심이다. 지금은 상생을 위한 신중함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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